TV 시청은 생활의 일부이다. 외출 때가 아니라면 평일 저녁과 토.일요일에 TV가 켜져 있지 않은 가정이 없을 정도. 주부들은 오전 시간 내내, 자녀들은 오후 5시 땡 하면 어린이프로부터 그것에 매달린다.저녁을 먹으면서, 비스듬히 누워, 밤 11시 넘어까지, 가족의 대화는 TV 볼륨보다 낮게 진행된다. TV 시청 실태와 문제점, 진단 방법 등을 알아본다.
◇무엇을 얼마나 보나=대구 칠곡초교 4년3반 아동들과 박근자 교사가 지난주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텔레비전 시청 계획 세우기' 수업〈사진〉을 했다. (1)일주일치 TV 편성표를 갖고 자신이 본 프로그램을 종류별로 기록하고 봤던 시간을 계산해 보기 (2)TV 볼 때 주의할 점, 생각할 점 적어 보기 (3)다가올 일주일 TV 시청 계획표 만들어 보기 등이 내용.어린이들은 솔직했다. 만화영화에서부터, 어린이.드라마.뉴스.쇼.오락을 가리지 않고 갖가지를 적어 냈다. 여인천하, 수호천사, 사랑과 전쟁, 쌍둥이네, 연예가 중계… 등교 전, 하교 후부터 한밤중까지 무차별적으로 보고 있었다.시청 시간을 계산해 보니 하루 평균 4시간 정도가 대부분. 6시간 이상 본다는 어린이도 6명이나 됐다. 2시간 이하는 고작 1명.TV 볼 때 주의할 점을 발표해 보라고 했다. "숙제를 다 하고 TV를 보겠다" "밤 늦게까지는 보지 않겠다" "나이에 맞지않는 프로그램은 보지 않겠다" "TV 본 소감을 일기에 쓰겠다"… 평소 생각해 본 적 없는 탓인지 미리 나눠준 도움말에 의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스스로의 잘못된 TV 시청 습관에는 고민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TV 시청 계획표를 만들 차례가 되자 평소 봐 오던 프로그램들을 빠짐없이 다시 빼곡이 적어 나갔다.박 교사는 "봐야 할 프로그램, 보지 않아야 할 프로그램에 대한 구분과 판단 기준의 교육이 필요함이 잘 드러났다"고 했다.
◇어른들은 어떤가=학부모들도 자녀들이 TV를 많이 본다는 건 안다. 그러면서도 어른용 프로그램까지 자녀와 함께 본다. 이따금씩 한다는 꾸중이래야 "너무 많이 본다"는 정도일 뿐.TV에는 유익한 프로그램도 적잖다. 휴식.즐거움을 주든, 남의 삶을 엿보게 하든, 새로운 것을 알려주든 관계 없다. 그러나 '생각 없는 시청'엔 큰 문제가 있다.보다 철학적이고 인간학적인 문제성 외에도, 가족의 대화를 감소시키고 함께 놀이할 시간을 빼앗음으로써 자신.가족의 존재까지 망각하게 되는 것도 그 중 하나. 시청 시간이 길수록 비만이 될 확률이 많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대부분의 가정에는 요일별 시간대 별로 채널을 돌려 가며 '종일 상영'토록 방향까지 형성돼 있다. 칠곡초교 어린이들이 쓴 대로 쉬는 시간도 따로 없고, 밥 먹으면서도 보고,잠드는 순간까지 봐야 하는 게 TV가 돼 있기 때문. 그래서 어른들이 먼저 자신.가족의 TV 시청 경향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계획표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시청한다면=TV를 많이 보는 게 문제라고 무조건 TV를 끌 수는 없다. 억지로 TV 시청 방법을 바꿔서도 효과가 오래 가기 힘들다. 대책을세우더라도 평상시 같이 TV를 보면서 강구할 일.그걸 위해 우선, 토요일 저녁에 한 시간 정도 TV를 끄고 가족 전체의 시청 계획표를 만들어 보자. 먼저 지난 일주일간의 TV 편성표를 준비해 가족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꼭 봐야겠다는 프로그램을 고르게 한 뒤 그것에 대해 설명토록 한다. 또 각자가 보기 싫은 프로그램, 봐서는 안 될 프로그램을 골라 역시 설명케 한다.
이어 요일별 시간대별로 볼 프로그램을 정하고, 그것마다에 볼 사람 안 볼 사람을 구분한다. 안 보는 사람이 그 시간에 뭘 할 지 얘기해 본다. 하루 한 시간 정도는 TV를 끄고 가족이 함께 보내거나, 각자 책을 읽거나 하도록 시간을 배정해 본다.이런 과정을 거쳐 만든 시청 계획표를 TV 옆에 붙여 두자. 계획대로 되는지 점검하는 몫은 엄마가 맡아도 되지만 자녀에게 맡겨도 좋다. 일주일 동안 해 본 뒤엔 물론 당연히문제점을 짚어 봐야 한다. 김재경기자
◇알림=신문.방송.인터넷.영화 등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그러나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에서조차 미디어 교육(MIE)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매일신문은 이번 주부터 '미디어 교육 연구회'와 협조, 일부 학교에서 시도되는 미디어 교육 이야기를 소개하고, 가정에서 해 볼 수 있는 실험 프로그램도 소개합니다.매일신문의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함께 성과를 만들어 갈 학생과 실천 가정을 구합니다. 053)251-1732, kjk@imaeil.com(e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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