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봉' 손꼽는 이산가족

#50년만에 아버지 만나는 송정일씨

"지난 50년동안 북에 살아 계실지도 모를 아버님을 꿈속에서만 뵈었는데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이 날라들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측에서 알려온 상봉후보 명단에 든 아버지를 본 송정일(59.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는 요즘 선물 준비에 가슴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송씨는 "아버님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 올 4월에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소식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막막하다"며 "만나면 눈물부터 쏟아질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송씨의 아버지 송수식(80)씨는 사회주의 공부에 심취한 사람들과 함께 6.25 전쟁이 일어나자 고향인 경북 안동을 등지고 북으로 갔다. 갑작스런 생이별을 당한 송씨의 어머니 황윤도씨는 홀로 4남매를 키우며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남편을 기다리며 고향을 지켰다.

지난 65년 대구에 내려와 온갖 고생을 하며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내 5년전엔 대구 모 여고에서 수여한 '장한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황씨는 지난 4월 50년간 한시도 잊지 않던 남편의 생존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지난 6월엔 평생 동생 소식을 기다리던 큰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며 "두분 다 그렇게도 아버님을 보고 싶어 하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송씨의 눈에선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피난길 헤어진 아들 그리는 박순례씨

"지난번에 죽었다고 제사까지 지낸 이산가족들이 살아서 만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정균이도 반드시 ]살아있을 겁니다"

26일 4차 이산가족 상봉단 남측후보 200명에 들었다는 소식을 접한 박순례(80.여.대구시 달서구 두류2동)씨는 아들 김정균(65)씨를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밤새 잠을 못 이뤘다. 1.4후퇴때 남편도 없이 4남매를 데리고 고향 황해도 연백을 떠나 배를 타고 강화군 교동면으로 피란했던 박씨는 그날의 절박한 순간을 회상하며 몸서리를 쳤다.

피란 후 당시 14세였던 아들 김씨가 쌀을 구하기 위해 수차례 연백으로 배를 타던 어느날, 김씨는 외할머니댁에서 쌀 한말을 구해 돌아오는 길에 피란민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배가 침몰해 숨졌다는 비보를 접했었다.

하지만 박씨는 "인민군에게 잡혔거나 피란민들이 너무 많아 배를 타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김씨의 죽음 소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씨는 딸 정숙(60)씨 등 가족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50년동안 가슴에 묻어왔던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혼자서 상봉신청을 했다.

5남매의 맏딸인 박씨는 또 연백에 두고 온 남동생 상원(62)씨와 여동생 병선(65)씨의 생사여부 확인과 상봉을 함께 기대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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