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팔 유혈충돌 1년

세계 평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충돌 사태가 28일로 1년을 맞게됐다. 유혈사태는 이스라엘 극우 민족주의자인 아리엘 샤론 당시 리쿠드당 당수(현 총리)가 이슬람권의 반발을 무시한채 이슬람 세번째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함으로써 촉발됐다. 샤론의 알 아크사 성지방문은 문제의 땅이 이스라엘 영토임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해 이뤄졌으나 결과적으로는 아랍권 사회에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맹방인 미국에 대한 분노를 확산시켰으며 지난 9월11일 미국 테러참사에도 원인을 제공한 요인이 되고 말았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외면하고 이스라엘의 입장만을 두둔하는 미국의 대(對) 중동정책이 테러단체로 하여금 동시다발테러를 감행토록한 명분을 주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년간에 걸친 유혈사태로 820명이 숨지고 수만명이 부상했으나 대부분 희생자가 팔레스타인인이었다는 점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강경책을 비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폭탄테러 등으로 자국민 희생이 이어지자 서안 자치지구에 대한 점령과 정착촌 파괴 등 무자비한 보복으로 일관, 미국을 제외한 상당수 주요국가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 이스라엘 편들기에만 급급했다. 중동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평화 감시군을 파견해야한다는 유엔논의에서도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급기야 이달 초 유엔 인종차별회의에서 이스라엘 비난성명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자 대표단을 철수시켜 이슬람국가들로 부터 거센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결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충돌의 최대 피해자는 당사국보다는 미국이 되고 만셈이다. 1년간의 유혈충돌 기간동안 미국은 이스라엘 주장을 적극 옹호, 국제사회의 개입을 막았고 이때문에 미국과 우호적이던 일부 이슬람국가마저 미국을 비난하고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난 18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샤론 총리는 유혈사태 이후 4번째 휴전을 선언한데 이어 26일 안보협력을 재개키로 했으나 소규모 충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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