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정체불명의 테러범들에 의해 납치된 비행기에 의해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대참사를 겪으며 세계는 엄청난 공포와 전율을 경험했다.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의 상징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프랑스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여러 세기'에 묘사된 인류의 종말과 3차 세계대전을 떠올렸다. 일부에서는 성서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인류 최후의 전쟁터인 '아마겟돈'을 연상하기도 했다.
미국의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테러의 주모자와 배후 국가에 대한 보복과 응징을 다짐하며 핵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했을 땐 문명사가 헌팅턴이 말한 서방과 이슬람의 충돌, 즉 문명 충돌론이 현실화되지 않나 하는 우려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현재 이슬람 국가의 상당수가 반 테러 입장을 밝히며 미국을 지지하거나 지원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임박하면서 그들 나라 상당수 국민들의 정서는 반미 쪽으로 기울고 있어 내전 등 새로운 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번 테러의 주모자로 지목하고 있는 빈 라덴은 이슬람의 미국에 대한 성전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이슬람과 미국의 대립구도로 몰고가려 안간힘이다.
8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그날 이후(The day after)'라는 영화는 핵전쟁이 벌어진 다음의 참담한 상황을 그려 충격을 주었다. 이 영화는 미·소간에 핵무기 경쟁이 치열하던 때에 만들어졌지만 90년대 소련 붕괴이후 냉전이 사라지고 미국이라는 유일 초강대국이 버티고 있는 현재에도 테러조직 등 전혀 다른 세력에 의해 인류가 대랑살상과 파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문제는 미국의 대응이다. 탑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의 높이(110층, 지상443m)를 자랑하는 세계무역센터만큼이나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란 자부심이 이번 참사로 여지없이 무너진 데 대한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피가 피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미국의 '이성적이고 현명한' 대처 밖에 길이 없다.
미국은 25일 아프가니스탄 인근 지역으로 미군을 전진배치하는 군사작전의 명칭을 '무한정의'에서 '불굴의 자유'로 변경했다. 이번 명칭 변경이 유일신 알라만이 무한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이슬람 교도들을 자극하지 않는 배려로 보이는만큼 미국의 '이성으로의 회귀'와 관련, 서광이 비침을 느낀다. 당초의 흥분상태에서 깨어난 미국 지도부가 초강경 대응 천명에서 '전쟁은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수행하며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침공작전은 없을 것'이란 일보후퇴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테러 자체는 응징되고 영원히 세계에서 추방돼야 할 악이지만 이번 참사의 원인을 짚어보면 세계를 이끌만한 진정한 지도자의 덕목에 생각이 미친다. 미국은 부시정권이 등장한 이후 보수 강경책으로 전환,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해 세계 도처에서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도쿄 기후협약의 파기, MD(미사일방어)의 추진, 남아공 더반 인종차별회의에서의 퇴장, 팔레스타인 사태에서의 친 이스라엘 정책 등이다. 한반도와 연관해서도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 선회로 이 지역에 냉기류를 몰고왔다. 신자유주의란 이름으로 강요되고 있는 세계화도 이번 테러범들이 세계 경제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데서 볼 수 있듯 미국 중심의 부국을 위한 논리로 제3세계 등 주변국들의 빈곤과 소외감이 심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부시와 그의 강경매파들은 약육강식인 '정글의 법칙'에 충실했고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보듬는 상생의 미덕을 외면했다. 미국은 세계의 맏형으로서 진정한 지도력인 '아량·관용·평화'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미국은 '미국민만의 자유'가 아니라 세계 여타 국가들의 '국민들의 자유'에도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미국은 세계 경기의 대 추락을 막는다는 의미를 넘어 진정한 화해의 정신으로 세계인에 대해 엄습하고 있는 재앙에 대한 암울함과 불안감에서 벗어나게 해 줄 의무가 있다.
동북아의 정세와 관련한다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내의 여론에 편승,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등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도 주변국의 비난 등 갈등과 긴장을 조성해 국력에 걸맞은 리더십과는 한참 거리가 멀지않은가. 이번 미 대참사가 시사해 주듯 남북 문제에 있어서도 긴장과 갈등, 증오보다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것만이 유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총체적인 파탄에 처해있는 국가 리더십으로는 '평화와 안정'을 얻을 수 없다. DJ 정권은 일부 냉정회귀 세력에 목덜미를 잡히지 않기위해서도 살신성인의 자세로 전면적인 '대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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