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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대구 가는길

지역의 경제가 침체되고 사회가 불안해 지면서 불만의 소리를 토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더구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게 되면서 비판의 강도가 격심하여 졌는데 이러한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라의 지도자에 대한 비난은 많은 부분이 소위 지역감정에 치우쳐서 악의적이고 균형감각을 잃은 경우가 많아 듣기에도 불편하다.

나는 이 지역에 태어나서 줄곧 이 지역에서만 살아왔다. 이 비좁은 나라에서 그런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지역 사람들의 특유한 기질이라고 불리는 것에 관하여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근래에는 비판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기질들이 뒤집어 보면 개개인의 개성이나 사고의 유연성을 앗아가 버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을 방해하였다고 생각되고, 특히 그런 기질들이 근래에는 박탈감으로 인하여 나쁜 방향으로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 같다.

인기 소설가 양귀자는 '천마총 가는 길'이라는 단편소설에서 경주를 가다가 들른 대구에 대한 느낌을 '위압감과 산만함, 그리고 알 수 없는 거부감'이라고 표현하였다. 반발하고 싶지만 우리 도시에 대한 적확한 표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밖을 향하여 분노하고 욕설을 하는 사이에 외부인의 눈에 우리는 점점 '삼류 도시, 삼류 시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정치 이야기로 흥분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호감을 느낀 기억이 별로 없다. 시종 일방적인 비난으로 점철되는 경우가 많아 유익함을 얻기보다는 허망하고 불쾌한 감정만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정치논쟁에 열중하는 친구들에게 '그저 너 자신을 개선시켜라. 그것이 세계를 개선시키기 위하여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모두가 분노하고 있지만 아무도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는 현실에서 깊이 새겨볼 말이다.

이정향 경북대강사.가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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