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다락속 깊숙이 감춰두었던 곶감을 꺼내 손자손에 하나씩 쥐어주곤 했다. 호랑이도 물리친 추억의 곶감. 먹거리가 흔해져서 일까. 이젠 그만큼 귀하진 않지만 문득 부는 바람결, 주황색 가을옷으로 단장한 감나무를 보면 그런 추억이 새롭다.지금은 수확의 계절. 감이며 밤, 사과, 배, 대추 등 농익은 과일이 계정의 서정을 돋우는 때다. 이번 추석엔 고향가서 아이들과 감도 따 보고 알밤도 주워 보자. 드넓은 황금벌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으로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상주는 예로부터 삼백(곶감, 누에, 쌀)의 고장. 그중에서도 곶감의 고장. 상주에는 감나무 없는 집이 없다. 지난해 가을엔 묘목이 동 나 더 이상 심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동네 안쪽은 물론 밭두렁, 심지어 텃밭까지 감나무 일색이다. 여느 시골 농가 같으면 1, 2그루쯤 마당에 자리잡고 있겠지만 이곳에선 적어도 10그루정도는 있어야 감나무를 키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소백산맥 아래에 자리해 온화한 기후와 적합한 토질 때문인지 수백년 된 아름드리 나무와 한해 2천∼3천개까지 열리는 초대형 감나무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올해 감농사도 예년 못지않은 풍년. 나뭇가지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탐스런 자태. 익어가는 가을을 온몸으로 말해준다. 아직은 단풍이 들어 잎이 떨어지고 나뭇가지가 알몸을 드러내기는 이른 시기. 추석(10월 1일)과 한로(8일)를 지나면 본격 수확시기. 이때부터 감나무가 특히 많은 남장동과 내서면 일대는 감따는 웃음소리와 감깎는 기계소리가 뒤엉켜 온마을이 시끌벅쩍해 진다.온가족이 자리를 깔고 둘러 앉아 손으로 깎는다. 감껍질 길게깎기 시합이라도 붙을때면 가을밤이 짧기만 하다. 곱게 깎은 감을 건조대에 줄지어 늘어 놓으면 집안팎은 온통 주황색으로 변한다. 온마을이 한 폭의 주황빛 수채화가 된다.상주동이곶감(054-532-6949) 대표 김상학(53·상주시 남장동)씨는 "감수확이 시작되는 10월, 11월 두달은 정말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며 "감깍는 일손을 30명 넘게 모아 품을 들이지만 어떨땐 고사리 손마저 아쉽다"고 고개를 내젖는다. 감을 매다는 건조대도 현대식. 미세한 먼지 하나 들어갈 틈이 없게 갈무리 해준다고 한다.
이곳 상주감은 떫은 맛이 많은 둥시가 주품종. 탄닌 성분이 많은 대신 당분함량도 많고 물기는 적어 곶감 재료로는 최적이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가 생산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곶감은 청명한 가을햇볕에 30~45일정도 잘 말려야 하기 때문에 11월 중·하순은 되어야 햇곶감이 나온다.
10월 13, 14일엔 상주자전거축제가 열려 색다른 볼거리가 추억을 보태줄 전망이다. 오는 길에는 생감 한 소쿠리를 사와 집에서 한번 깎아보자. 아파트 베란다나 창문에 내다 말리다보면 가을이 한층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주시청054)533-2001.경남 합천은 지금 햇밤 수확이 한창이다. 국도변에까지 밤송이가 데굴데굴 굴러 다닌다. "후두둑 후두둑". 저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떨어지고 만다. 밤송이를 발로 비벼 알밤을 까는 재미는 컴퓨터 게임 못지 않게 신난다. 특히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즐거워 한다.
밤나무 1천그루를 키우는 김순조(62·합천군 봉산면 노곡리·055-933-6771)할머니는 "많이들 오셔서 밤도 줍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가시라"며 밤을 시세보다 듬뿍 더 얹어 준다. 사전에 예약을 하고 오면 가족단위로 단란한 한때를 보낼 수 있어 그만이다.한 사람이 주울 수 있는 양은 제한이 없으나 가져갈 수 있는 양은 1kg 정도(2천원). 더 이상은 시세에 따라 돈을 내야 한다. 8월말부터 영그는 올밤부터 10월말까지 떨어지는 늦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갑자기 밤송이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긴팔옷,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하는 게 좋다. 대구답사마당(053-423-1885)은 10월 7일 합천밤따기 체험여행을 떠난다.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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