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감 실체규명 지지부진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지만 검찰수사는 계좌추적 난항, 당사자들의 비협조, 주요 피의자·참고인의 잠적 등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여기에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의 재수사로 수사결과를 검증받아야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수사를 서두르기 보다는 빈틈없이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있어 수사기간이 예상외로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의 주역인 이씨와 그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광주 J산업개발 여운환씨를 이달 초 잇따라 구속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대검중수부 인력을총동원해 이들의 비호세력을 캐고 있다.검찰은 이씨가 작년 5월 횡령 혐의로 서울지검 특수2부에 긴급체포된 뒤 하루만에 풀려났다가 두달후 불입건처리되는 과정에서 여씨에게 준 40억원 가량이 구명로비 등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계좌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 등은 여러 단계의 돈세탁을 거쳐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만일에 있을 자금추적에 철저히 대비한 것으로 드러나 '검은돈'의 출처와 종착지를 확인하는게 쉽지않은 상황이다.배추장사가 오른쪽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다시 윗주머니로 옮겨 넣는 식으로 자금을 굴리고 그것도 주로 현금만을 사용해 자금흐름을 추적하는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돈 흐름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계좌추적이 난항을 겪고 있다"며 "정확한 자금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와 여씨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검찰수사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또다른 대목이다.두 사람은 25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개적으로 로비의혹의 실체를 전면 부인한 이후 현재까지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검찰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각종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결국 두 사람이 입을 열어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말해 수사가 장기화체제로 돌입했음을 시사했다.이런 상황에서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핵심 관련자들이 잇따라 해외로 출국하는 등 종적을 감춘 것도 수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 실세들에게 이씨를 연결해준 인물로 지목된 복권회사 사장 김모씨가 중국으로 출국했고, 이씨의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D파이낸스 전 이사 김모씨,리빙TV 주식 거래과정에 이씨에게 거액의 부당이득을 안겨준 R전자 윤모씨도 해외로 출국한 상태다.

특히 올들어 보물선을 재료로 주가가 폭등한 삼애인더스의 해외전환사채(CB) 펀드를 운영하면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겨줬다는 의심을 사는 D금고 실질적 사주 김모씨도 검찰이 쫓고 있지만 행방이 묘연하다.이씨의 검찰내 비호세력을 찾고 있는 특별감찰본부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부환 특감본부장은 "가능한 한 이씨의 비호 세력 의혹에 대한 특별감찰 및 수사를 오는 10월 중순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특감본부는 이씨를 불입건 처리할 당시 서울지검장이던 임휘윤 부산고검장 등 서울지검 수사라인에 대한 소환조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감팀 관계자는 "사건처리가 미흡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것이 로비에 의한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판단잘못인지 여부를 가려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정확한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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