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일등기업을 키우자

수백 또는 수천 개 기업들이 밀집하여 국제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일으키고 지역의 경제를 고도화시키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축적한 경제개발의 노하우만으로는 이를 성공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스스로 진화하는 밀림의 법칙에서 성공요인을 찾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아프리카 밀림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흰개미들이 인간의 키보다 큰 집을 짓고 산다고 한다. 또한 이 개미집은 통풍은 물론 항온 및 항습에서도 뛰어나다. 흰개미들이 설계도나 어떤 집단회의도 없이 그런 경쟁력 있는(?)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은 누가 보아도 놀랍고 경이롭다.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 한두 마리의 개미가 집을 짓기 시작하고 여기에 열 마리, 그리고 수백 마리가 가세하고, 드디어는 모두가 참여하여 그 집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수의 일등 개미가 수백만을 살게 하는 집(밀집지역)을 창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밀림의 현상은 경제계에도 쉽게 관찰된다. 우연히 세워진 스탠퍼드 대학, 패어차일드, 인텔 등의 소수가 실리콘밸리 창조의 기회를 마련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미국의 시애틀 지역도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일등 기업 덕분에 소프트웨어 산업은 물론 최근 바이오 산업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무선통신 산업의 일등 기업인 노키아는 19세기 핀란드에서 제지업체로 출발하여 끊임없이 혁신한 결과 그 지역을 첨단산업 단지로 만들어 놓았다.대량생산 중심의 산업사회에서는 우수한 인프라와 좋은 제도가 일등 기업들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식집약적 사회에서는 거꾸로 일등 기업이 나옴으로써 혁신적 산업구조와 제도가 창발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 토대 위에 더 많은 우수 기업들이 창업되고 지역경제가 구조고도화를 이루어 나간다.

디지털 경제환경에서 갈 길을 못 찾고 있는 대구 경제의 문제도 그 핵심은 새로운 환경에 앞장서서 도전하는 일등 기업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100위안에 드는 기업이 전무하고 지역기업들의 매출을 모두 합쳐봐야 전국적으로 0.7%가 안 되는 것이 그 현주소이다. 또한 대구 제조업의 부가가치 성장에 섬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로서 대구 경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서울, 경기도에 이어 국내 3위에 불과하다. 차별화 되지 않은 생산공장은 많지만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일등 기업이 없다는 사실이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중국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 창조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결론적으로 지역경제를 첨단산업 위주의 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은 관련 분야의 일등 기업을 키우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등 기업은 어떻게 키워지는 것인가?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원한다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산업은 쇼클리 박사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동부에서 이주해 옴으로써 출발하였다. 요절한 아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스탠퍼드 대학은 인터넷 정보혁명을 이끈 일등 벤처기업들을 배태했다. 우리도 일등 기업을 키우기 위해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키워내고 있는 대학과 그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식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타 지역 인재들의 유입에 힘써야 하며, 일등을 향해 달리는 가능성 있는 지역 기업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미래를 지켜줄 희망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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