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내가 죽으면...

연일 '튀는'발언을 하는 안정남(安正男)건설교통부 장관의 어록이 요즘 단연 화젯거리다. 지난 12일 느닷없이 "이기붕 집 불지르겠다는 기백과 용기로 국세청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고발언, 눈길을 끌었던 그는 잇달아 "국세청장 취임식날 오전 3시에 마니산에 올라 절을 100배(拜)하고 조세정의를 위해 이나라에 성역을 없애달라고 기도했다"고 밝혀 범상찮은 우국충정(?)을 토로했었다.

◈그런데 안정남 장관의 이처럼 결연한 다짐과는 달리 어쩐지 일이 묘하게 뒤틀리고 있다. 안 장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데다 국세청장 재임시 그의 동생들이 32억원대의 골재 독점공급권을 얻었나 하면 업체 매출액을 10배나 늘리는 영업이익을 얻었다니 아무래도 '하늘에 100배를 올리는 그 갸륵한 애국심'과는 무언가 걸맞지 않은 것만 같다. 안 장관으로서는 "나이 50이 넘은 동생의 생업을 어떻게 하지말라고 하나"고 항변하지만 그렇지 않다.

◈예로부터 스스로 덕을 쌓고 친인척을 잘 다스린(修身齊家)후에 나라를 다스리라했고 또 오얏나무 아래서는 행여 오해받을까봐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도 했다. 또 미국만해도'이해관계 저촉(conflict of interest)의 원칙'에 따라 친인척들이 관련 분야에 손을 떼는 것을 관례로 하고 있다. 결국 이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막강한 권좌인 국세청장으로서의 안 장관의 처신이 어떠해야 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 와중에 안 장관이 국세청장 이임식에서 "내가 죽으면 관(棺)에 태극기 덮고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달라. 국세청사 앞에서 노제를 지내달라"고 했다는 후문(後聞)까지 들리니 기가 막힌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구한말이래의 충절인 백범(白凡)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는 물론 건국의 아버지라 불릴만한 이승만 초대통령까지도 스스로 "내가 죽으면 태극기…"식의 거창한 발언을 했다는 얘기는 일찍이 듣도 보도 못했다. 그렇다면 안정남 장관은 스스로가 근세이래 지상의 민족 지도자란 말인가. 원래 사람은 중병을 앓으면 정서가 불안해진다고들 한다. 그래서 안 장관의 최근 발언이 혹시 근육암을 앓고 있는 그의 병력 때문이 아니가 하면서도 과대망상적인 그의 발언이 거슬린다. 김태정·안동수 전 법무 등등에다 이번엔 안정남 건교장관까지…DJ의 용인술(用人術)에 다시 한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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