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입시상담실-재수생에 대한 친척들의 충고

문:재수생 학부모입니다. 추석 명절 기간에 친척들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입니다. 모두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충고의 말씀 부탁합니다.

답:'너는 수학 점수가 잘 안 나온다지. 네 형도 수학을 못했는데 참 문제구나. 어쨌든 잘 해봐''너는 지난 번 모의고사에서 310점밖에 못 받았다면서, 너 알지 우리 옆집철수는 392점 받았단다. 계속 만점 가까이 나온다고 하더라, 걱정이네. 잘해야 할텐데''재수하니까 힘들지. 작년에 들어갔으면 이 고생 안 해도 될텐데. 올해는 농땡이 치지 않니? 서울 있는 네 사촌은 요즈음 노느라고 정신이 없단다. 이제 미팅도 지겹데. 그 녀석 대학 들어가더니 노는데 빠져서 집에 전화도 자주 안 해. 그래도 자기 생활이 즐겁다니 귀엽게 봐줘야지. 대학 들어가니 모든 게 다 귀엽더라. 보약이나 한 제 지어 보내야지''너 작년에도 막판에 아파서 시험을 망쳤잖아. 올해는 괜찮니?''넌 왜 그렇게 부모 속을 썩이니. 고생하는엄마 아버지가 불쌍하지도 않니?'

말하는 사람은 곧 잊어버리겠지만, 무심코 내뱉는 이 말들 속에 들어 있는 가시가 당사자에게는 평생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민.형사상의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러나 어른이 아이들에게 말로 가한 상처나 폭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신체 불구자가 된 사람과 무수한 언어 폭력으로 정신적열등감에 빠져 매사에 자신 없고 남의 눈치만 살피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불행한 지를 생각해 봅시다.사람은 누구나 어느 한 부분에서는 남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수한 언어 폭력에 의해 이 장점이 발휘되지 못하고 무참히 파괴되어 버리는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칭찬과 격려를 받을 때 천재성이 발휘되고 번득이는 재치가 나옵니다. 우리의 자녀들은 따뜻한 격려를 갈망하고, 시련과 좌절의 순간에 꾸중과 질책보다 진정으로 함께 아파해 줄 사람을 원합니다.

추석 명절에 수험생이 있는 집을 방문하면 "올해는 네 소망이 다 이루어질거야, 힘내!"라고 덕담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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