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주농업시대 열리나

인류의 식량난 해결에 '우주 농업'이 기여할 수 있을까.

올해 5월 NASA(미 항공우주국)는 우주정거장 '알파'에서 장기 연구과제로 '우주농업의 상업적 활용에 관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우주공간에서 극히 미약한 중력을 이용, 열악한 기후환경에 잘 견디면서 병충해에 강하고 적은 공간을 차지하는 '맞춤형 곡물' 개발이다.

식물의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유전자 등 '바람직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승시키는 박테리아의 활동이 중력이 아주 약한 상황에서 더욱 활발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우주 농업의 가능성이 실제 검증된 것은 지난 99년. 우주정거장 '미르'호의 실험을 통해 무중력 상태에서도 유기체의 재생산 및 정상적인 라이프 사이클의 진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불가리아의 우주연구소 생명공학(BT)부 이바노바 교수에 따르면 99년 초 미르호에서 밀 씨앗을 뿌려 첫수확에 성공했고 그해 말 첫 번째 수확보다 2배나 많은 2차 수확을 거뒀다는 것.

우주에서 곡물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우주 탐험의 역사만큼 오래됐다. 지난 75년 아폴로호가 첫 달나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과학자들은 달에서 가져온 흙을 이용해 곡물재배를 시도했었다. 또 러시아 우주인들은 우주여행을 떠날 때마다 식물재배 장비를 가져갔다.

그러나 중력 부족으로 식물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빛과 대기 조건의 차이는 식물 성장을 방해했다. 게다가 곤충이 없어 가루받이를 할 수 없는 등 수많은 장애에 봉착했다.

우주 농업 연구는 1980년대 러시아가 불가리아의 도움을 받아 1 입방미터 짜리 온실을 제작, 미르호로 보내면서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90년대 초 러시아 우주인들은 40cm 높이의 온실에서 상추와 무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 95년 미국과 러시아는 우주에서 밀을 키우는 실험에 돌입, 4년만에 성공했다.

NASA와 러시아 우주프로그램 지도자들은 "우주 공간에서의 식물재배 성공으로 인간의 화성 여행이 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화성여행에 소요되는 16개월치 식량을 우주선에 싣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주선에서 식량을 재배할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주 농업은 장기간의 우주 여행 보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실험결과 우주 공간에서의 연구가 지구의 식량생산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바노바 교수는 "식량을 1, 2%만 증산해도 인류의 기아 문제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주 농업은 또 의학을 비롯한 다른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옥수수, 사탕수수, 야자수 등이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로 개발중이고, 동물들이 먹었을 때 각종 병에 강한 내성을 갖도록 하는 식물 개발 역시 우주 농업을 통해 가능하다.

머지 않아 달이나 화성에 인류를 위한 대규모 곡물농장이 들어설 지도 모른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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