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휴전선 침범, 쉬쉬할 일 아니었다

북한군이 강원도 고성지역 비무장지대(DMZ)내 군사분계선(MDL)을 두 번이나 침범한 것은 하나의 도전이며 또 우리 군이 이를 숨긴 것은 정치논리에 따라 결정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한번 넘어온 것은 우리 국군의 발표처럼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19일에 이어 20일에도 또 침범한 것은 의도적인 도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98년 3월 이후 처음이라는 경고 사격까지 한 긴장된 분위기가 아니었던가.그런데도 또 침범한 것을 우발적이라고 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북한군이 우리군의 경고로 후퇴한 후 확성기를 통해 "DMZ내의 정상적인 군사행동에 대해 무모한 도발을 가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대남 비난 방송을 한 것이 더욱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 비난 방송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상호비방 방송을 중단하기로 한 이후 처음 있었던 일이다. 또한 북한은 유엔군사령부가 제의한 정전위 비서장급 접촉을 거부했다.

사태가 이렇게 진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이 안이하게 '북한군의 단순한 실수'로 판단했다는 것은 우리군의 판단 실수 인 것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열린 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15~18일)직후 일어난 데다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당국간 회담을 앞두고 국방부가 이를 발표하는 것은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는 비공식적인 상황 설명 또한 군으로서는 적절치 않다. 안보에 우선할 정치적 고려가 무엇이 있는가. 군이 정치에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의 의식수준을 얕본 것이며 DMZ내 사태에 대한 공개 기준에 이번의 일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도 얼른 수긍이 안 가는 대목이다. 적어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는 공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군이 햇볕정책을 의식해, 너무 정치적 성향으로 흐르면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한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한가위를 다시 맞는다. 올해 추석은 유난하게 우울하고 뒤숭숭하다. 농민들은 사상최고라는 풍년이 즐겁지 않고 근로자들은 줄어든 상여금으로 추석쇠기가 겁이날 정도이며 주부들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생계의 주름살로 수심이 가득하다.

세상을 온통 떠들썩하게 하는 '이용호 게이트'는 '썩은 검찰'에 대한 분노와 권력핵심의 도덕성 상실과 공직자의 친인척관리 부실이 실망스럽다. 전방의 국군은 북한군 월경을 쉬쉬할 정도로 안보의식이 흐려졌고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비리폭로건외는 '처삼촌벌초'하듯 통과의례로 지나갔으니 올 추석은 걱정거리가 더 많다는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추석은 그래도 좀처럼 모이기 어려운 피붙이가 자리를 같이하는 기회다. 이런 때가 아니면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는 일가친척들이 소식을 묻고 끈끈한 정을 확인하는 소중한 날이다. 고향의 늙으신 부모님에게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도록 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일이기도 하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것이 전통적인 의미의 추석이라면 이웃에게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이 현대적인 의미의 추석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고 즐거운 추석을 함께하는 여유를 가지면 큰 가치가 있는 추석이 될 것이다. 소년.소녀가장이나 실직가정, 불우시설 등에도 눈을 돌려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소중한 의미가 실릴 것이다.

추석에 비치는 보름달은 원만과 여유의 의미가 있다. 괴로워도 참고, 모자라도 과욕을 부리지 않고, 못살아도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넉넉함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처럼 자신을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원만한 사회를 이루는 근본이 아닌가.

우리 모두, 한가위를 생활에 새로운 활력소를 생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어렵다해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새로운 생활설계와 다짐으로 박차고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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