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김 대통령의 '역사인식' 문제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연설에서 '6·25전쟁은 한국 역사상 세번째의 통일 시도'라 규정한 것은 유감이다. 김 대통령이 국군의 조국 수호 노력과 남북 화해협력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교류협력을 강조한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우리 역사상 세번의 통일시도가 있었고 신라와 고려통일은 성공했지만 세번째 시도인 6·25전쟁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6·25전쟁을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를 형성한 신라의 3국통일과 고려 통일에 버금가는 '통일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갖고 있는 시각으로는 6·25전쟁은 공산주의 구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 일당이 대한민국을 적화하기 위해 일으킨 민족의 비극이다. 그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망향의 한을 풀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터수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이 땅을 지키는 국군 장병들에게 기껏 '6·25는 세번째의 통일시도…'식의 지칭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된 발언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쪽에서는 무력을 통해 통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역사적인 상황을 언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의미도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한 것 같다. 즉 북한의 '통일 전쟁'을 인정한다는 것은 바로 한반도 역사의 정통성을 북한쪽에 넘겨주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언은 설령 그 진의가 다른 어디에 있다할지라도 문제가 있는 발언임이 분명한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하필 피 흘려 조국을 수호한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국군 장병에게 우리의 정체성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한 이런 식의 발언이 나왔는지 이해가 안된다.대통령 주위에 사상적으로 검증 받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은지 우려가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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