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세대들 알뜰 결혼 바람

'결혼의 계절'이 왔다.올 가을.겨울에는 윤달이 낀 봄철 결혼 시즌과 불경기로 결혼을 미뤘던 사람들이 대거 결혼 행진에 나설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전망.

일생에서 단 한 번(?)뿐인 결혼. 남의 눈을 의식해 '기둥뿌리가 뽑혀 질' 정도로 결혼비용을 지출하는 세태는 이제 일부 계층을 제외한다면 찾아보기 힘들다.

오는 12월 결혼예정인 김권(28.대구시 수성구 파동.회사원)씨. 그는 예비신부와 이미 결혼준비에 대한 모든 것을 합의했다.

"체면과 격식보다 실속을 선택했습니다. 예단은 부모형제에게 옷 한 벌씩만 하고 혼수도 줄여 집을 사는데 보태기로 결정했죠".

김씨는 '중후한' 예물시계 대신 깜찍한 '패션시계'로 대체하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피로연 대신 친구들에게 '술값'을 주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혼여행지만큼은 돈을 좀 써서라도 외국에 갈 생각이다.

2001년 한국 사회의 달라진 결혼 풍경을 살펴본다.

▽신혼집부터 구하고 결혼날짜 잡아야=결혼날짜부터 결정하고 집을 구하려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극심한 전세난으로 아파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오는 10월 결혼 예정인 이모(30.회사원)씨는 집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당분간 처가에 신접살림을 차려야할 판이다. 이씨는 "아내될 사람이 직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전세를 구할 때까지 처가에서 지내자고 해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대구지역 아파트 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따르면 결혼을 3, 4개월 이상 앞둔 예비 부부들이 전세를 구하려는 발길이 잇따르고 있으나 전세 물량이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달서구 용산동 세림공인중개사 김민철 대표는 "아파트 경우 전세는 물론 매매물량마저 공급되지 않아 신혼집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원하는 집을 구한 뒤 결혼날짜를 잡으려 하거나 아파트만을 고집하지 말고 원룸이나 빌라 등으로도 눈을 돌려보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예단과 혼수품, 예물은 간단하게=과거 예단의 대상은 보통 부모의 형제자매에까지 이르렀으나 요즘은 결혼 당사자의 부모나 형제자매 정도로 범위가 축소됐다. 현물보다 양가에서 돈을 주고받는 경향이 늘면서 아예 그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웨딩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 중산층의 예단 비용이 500만원 안팎으로 잡혀지고 있다.

혼수품은 꼭 필요한 품목 정도로 줄여가는 추세. 다만 TV는 고급형인 평면, 냉장고는 문짝이 2개인 대형을 선호하고 있다.

예물도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와 시계, 보석류는 점차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결혼식 때 한번 사용하고 곧바로 장롱에 묻어둘 '형식적인 사치품'보다는 실속있고 개성있는 예물을 선호하고 있다. 시계는 10만~20만원대의 패션시계, 반지의 경우 2~3부 정도의 다이아몬드나 순금 또는 18k로 만든 커플링이면 족하다. 물론 신부의 목걸이, 팔찌 등의 세트는 여전히 예물에 포함돼 있으나 값비싼 보석류보다 실용적이고 개성있는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예식은 성대하게=예식 장소로 기존 예식장 이외 호텔, 뷔페식당 등이 활용되면서 예식 자체는 오히려 성대해졌다. 빌려 입는 드레스의 경우 패키지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200만원 이상의 고급 드레스를 선호하고 신부화장도 예식장 내 미용실보다 60만~1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유명 미용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결혼준비=결혼준비에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요즘 예비부부들은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인만큼 발품보다 손품을 들여 결혼준비를 하는 사례가 많다결혼준비에 필요한 정보에서부터 신혼집 구하기, 결혼식, 혼수품 장만, 신혼여행 등에 이르기까지 각 업종별 인터넷 사이트나 결혼전문 포털서비스 업체의 사이트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일반 업체에서 운영하는 인터넷을 이용해 드레스, 메이크업, 사진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격이 다른 업체에 비해 터무니없이 싸다고 생각될 때는 일반 제품보다 질이 낮은 별도 제작용이거나 나중에 추가비용이 발생되는 일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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