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대추 활로찾기 고심

WTO 가입으로 중국 농산물의 국내 공략이 눈앞으로 다가 왔지만, 경산의 대추농사는 아무 대책이 없다. 농민들은 대책을 요구하지만 당국은 여전히 느긋하다.

◇벌써 상당폭 위축 = 경산의 대추(마른 것 기준) 생산량은 연간 3천300여t으로 전국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대추를 많이 하는 곳은 밀양으로 1천200여t. 청도 1천여t으로 3위를 차지한다. 이 일대가 전국적 대추 주산지인 것.

그러나 경산의 대추 재배 면적은 벌써부터 줄기 시작했다. 1995년 1천263ha이던 것이 지금은 300여ha나 감소해 965ha에 불과한 것. 가격 불안정, 다른 작목보다 더 많이 드는 노동력 문제, 중국산 수입 개방 등 때문에 농민들이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대신 포도.복숭아로 돌아서는 것으로 농업기술센터는 분석했다.

◇애타는 조합 = 경산 대추조합 최상순(67) 조합장은 "1993년에 900여명 농민들이 힘을 합쳐 전국 처음으로 대추조합을 만들었지만 정부는 홍수출하 방지를 위한 수매 자금 등은 지원하지 않아 조합도 지금은 유명무실하다"고 했다.

조합이 그동안 연간 1억~3억원 어치의 생대추를 수매해 왔으나 자금이 바닥 나 작년부터는 그마저 중단했다는 것. 그 결과 수확기 홍수 출하로 인한 가격 폭락의 피해가 농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작년엔 상자(25kg)당 4만5천원하던 생대추가 3만원선까지 떨어질 정도였다는 얘기였다.

홍수 출하를 이기는 방법 중 다른 하나인 가공 문제도 해결 안돼 안타깝다고 했다. "값싼 중국산 대추를 이기려면 우수 가공식품을 생산해야 하지만 정부 지원이 너무 인색, 조합이 깐 대추 통조림을 개발하고도 자금이 없어 시제품조차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 조합장은 "이래서야 어떻게 우리 대추농업을 살릴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정부의 태도 = 대추는 농산물이 아닌 임산물로 분류돼 별다른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산처럼 재배가 많은 곳에서나 농업기술센터 등의 기술 지도를 받을 수 있을 정도.

물론 산림청이 건조기 같은 장비 구비 및 관수 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나 총 지원액이래야 연간 10억~2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경산시청도 3년 전부터 연간 총 6억8천만원(40% 보조, 40% 자부담, 20% 융자)을 지원하나 2천여명 재배농 각자에게 돌아갈 몫은 너무도 미약하다.

중국산 수입 대책도 아예 없는 편. 경산시청 이용환 산림과장은 "품질에서 국산이 비교 안될 정도로 유리하기 때문에 중국산이 들어 와도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별다른 걱정은 않고 있다"고 했다. 농업기술센터 홍은근 소장은 "중국산 대책은 물론이고 관리조차 산림청(자금 지원)과 농업센터(기술 지도)로 나뉘어 있다"고 했다.

◇과연 문제 없을까? = 1998년 30여t이던 중국산의 공식 수입량이 지금은 연간 80여t으로 늘었다. 그 외에도 보따리 수입량도 상당하리란 것이 농민들 추산.

수입품도 상품은 국산과 큰 값 차이가 없어 덜 위협적이지만, 문제는 수입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급품. 이것은 최고 7배나 값 차이가 나 대량으로 소비하는 음료회사들은 개인 소비자들과 입장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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