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고구려벽화 도굴 안타깝다

중국 지안(集安)의 고구려 고분 벽화 도굴은 엄청난 문화 테러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지난해 도굴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삼실총(三室塚)과 장천1호분의 벽화는 고구려 벽화의 총화요 백미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 문화의 찬란한 유산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내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터져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고구려 장수왕 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벽화들은 당시의 생활 풍속과 신앙생활, 국제 교류 등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는 타임 캡슐로 평가돼 왔으며, 고구려 미술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해 그 성가를 세계도 인정하고 있다. 이들 벽화가 없었다면 우리마저 고구려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알 수 없었으며, 당시에 불교가 어떻게 전파.보편화되고 불상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지안시박물관 관계자들은 삼실총은 지난해 5월 19일에, 장천1호분은 8월 경에 도굴당해 벽면이 백지처럼 돼버렸다고 밝혔다지만, 범인들만 잡히고 벽화들은 행방불명인 가운데 아직까지 사건의 전모가 공개되지 않아 중국의 고분 벽화 보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말해 준다. 게다가 벽화의 도굴이 이번 사건으로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기도 한다. 중국에 있는 대부분의 고구려 고분들은 아무런 보호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도굴은 살 사람을 전제로 한 행위로 사유화하려는 파렴치한들이 있는 한 언제든 파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 자리잡은 고구려 고분들을 보호하고 잃어버린 벽화들을 찾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우고, 한.중.일 삼국의 공동 조사와 대응도 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나서서라도 북한과 중국에 산재해 있는 고구려 고분 벽화들이 내년에는 반드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 더이상의 훼손을 막고, 보호되는 길을 찾는데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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