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불안 부추기는 즉흥적 경제정책

미국 '테러 경제' 후유증이 국내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데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경제정책 입안에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제대책을 보면 즉흥적이고 실효성 검증없는 백화점식 나열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어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에 혼란과 불신을 부추기고 있음은 심히 유감이다.

지난달 테러참사 직후 비상경제대책으로 나온 2차 추경문제의 경우 정부 내에서 조성 방법과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다 결국 예산항목만 바꾸는 경정예산으로 귀결됐다. 또 지난달에는 기업의 단기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파급효과에 대한 숙고도 없이 5조~6조원의 신용보증 지원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경상수지 흑자가 절반으로 줄어 비상벨을 울렸음에도 불구, 8월 중 경상수지가 16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자 부랴부랴 해외유학 감소대책을 발표했다. 증시안정대책도 제2증시안정기금 조성, 주식모으기운동 펀드 판매, 자사주 매입 제한 완화 등 날마나 쏟아져 나오지만 증시에 제대로 반영된 것이 없을 정도다. 또 벤처 거품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이를 악용한 주가조작이 부패의 한 복판에 서있는 마당인데도 3일 정부는 창업단계에 있는 벤처기업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볼 경우 손실액의 80%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6.6% 줄어들면서 7개월째 뒷걸음질하고 있을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정책만큼은 어느 정도 확실성을 가지고 출발해야한다. 특히 최근 청와대의 '주식 사주기운동'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발상으로 증시부양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주가조작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여 건전한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시뢰를 받을 것이다. 급격한 내리막길에 팔짱을 끼고 있을 수야 없지만 섣부른 정책 남발은 오히려 불안 요인을 가중시킨다. 당국의 차분한 대응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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