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저-울주 신불산 억새산행

◈바람결 따라 눈부신 군무

10월로 접어들면서 잎의 절반쯤은 이미 붉게 또는 노랗게 몸단장한 활엽수들. 그러나 단풍만 가을을 물들이는 것은 아니다. 바로 억새가 그렇다. 단풍이 울긋불긋 화려한 색으로 자태를 뽐낸다면 억새는 눈송이같은 하얀 배경색으로 온 사방을 눈부시게 한다. 단풍이 한 해의 마지막 불꽃을 피우며 지고 마는 잎이라면 억새는 봄부터 익혀왔던 정열을 마침내틔워내는 꽃이다. 경남 울주군 신불산(1,209m) 군립공원. 정상 고원 신불재 일대는 밀양 재약산 사자평 일대와 함께 몇 안되는 억새 산행의 대표적 명산이다. 북쪽으로 간월산(1,083m) 간월재, 남쪽으로취서산(일명 영취산.1,092m) 영취재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시원스레 트인 시야와 함께 끝없는 억새군락이 마치 거대한 초원을 연상케 한다.

◈내달 중순까지 억새꽃 제철

우중(雨中)산행. 억새 산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홍류폭포 아래 주차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홍류폭포까지는 큰 굴곡이 없는 평탄한 숲길. 공룡릉을 끼고오르는 이 방면으로 산행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잠시 후에 시작될 깎아지른 바윗길을 알 턱이 없다. 조금 더 가면 이윽고 만만찮은 급경사길이 시작된다. 급경사길만이 아니다. 한가닥 로프를 잡고 바위를 타고 넘기를 몇차례. 온몸이 땀에 젖고 숨까지 가빠진다. 산책하듯 느긋한 당일 산행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아차'싶을 정도다.고도 1천m쯤에 접근하면 산아래와는 달리 고운 빛깔의 단풍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반쯤 물든 단풍이 또다른 감흥의 색조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나무들의 키가 낮아지고 하늘이 트이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정상에 가까이 온 듯 하다. 문득 단 한그루의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신불산 정상이다.

◈보기드문 해발 1000m 고산 초원

눈아래 능선길을 따라 펼쳐지는 것은 바로 억새들의 장관. 세찬 바람에 휘청거리는 듯한 억새들의 군무. 가을이 정녕 가슴 한 가득 채워진다. 누가 먼저 말안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우리나라 어디에나 억새밭은 많지만 이만큼 높은 산정상에서 온통 솜이불을 두르고 있는 듯한 절경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데다 산을 오르느라 지친 몸을 날아 오를듯 상큼하게 바꿔 준다. 땀흘린 만큼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이 억새덤불 사이로 숨어들어 사진이라도 찍을라 치면 어느새 온몸엔 억새의 갈잎냄새가 몸 밴다.

억새 산행은 억새꽃이 피기시작하는 10월 초순부터가 제격이다. 이때부터 11월중순까지 한달 보름여 이상 온 산을 억새꽃 천지로 만든다. 등산객들의 탄성이 발길에 따라 이어진다. 억새는 오전 9시이전이나 오후 5시이후 저녁무렵에 보면 그저 하얀색만이 아니라고 한다. 해가 뜬 뒤부터 정오까지는 햇살을 정면이나 역광으로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하얘서 이때의 억새꽃을 은억새, 해질무렵 석양에 비친 억새는 금억새라 불린다. 햇살의 각도와 시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곳 신불산 일대 억새는 아직 푸른 빛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은빛의 군무가 쉴새없이 하늘거린다. 그러나 키는 작아 어른 키 중간 정도. 산정상이라 바람막을 곳도 햇살을 피할곳도 없다 보니 쑥쑥 자라지는 못했으리라. 해가 점점 짧아지는 가을,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했다.

◈때이른 단풍 어울려 색의 장관

신불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갈래. 신불산 폭포 자연휴양림이나 가천리 마을회관쪽에서 산행기점을 잡아도 된다. 가천리에서 오르는 길이 경사도 비교적 완만하고당일 산행으로 여유가 있어 좋다(왕복 4시간 정도). 신불재 네거리 억새군락지로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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