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부 '교육현장 모범수기'수상작

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3주체가 함께 쌓아가는 탑과 같다고들 한다. 어느 한쪽만 소홀해도 이내 중심을 잃고 무너져 버린다. 어느 한쪽이 너무 앞서가도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린 모양을 낳고 만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게 현실이고, 교육 문제라면 누구나 자신 없어 하기 마련. 좋은 사례라도 있다면 따라해보고 싶은 게 사람들의 마음이다. 이런 때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모해 최근 결과를 발표한 '2001 교육현장 모범 사례 수기'들은 내용 하나하나가 음미해볼 만한 것들이어서 관심을 끈다. 지역에서 출품한 수상작들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 소개한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자녀교육 분야)-대구 조야초교 교사 설춘화

나의 고향은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동 항골이다. 어릴 때 우리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였지만, 내가 자라서 교사가 되고 또 어른이 되면서 아버지가 참으로 훌륭한스승이자 교육 전문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아버지와 어머니는 학교를 다니지 않으셨다. 학교에서 부모님 학력을 조사할 때 '무학'에 혼자 손을 들 때마다 부끄러웠다. 그러나 아버지의 손에는 늘 책이 있었다. 농사일을 하면서도틈만 나면 책을 읽으셨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곁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었다. 임경업 이야기며, 암행어사 박문수, 원효, 설총, 이순신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아버지를 통해 처음 들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어릴 때 책 읽기를 유난히 좋아했다.작업복이든 평상복이든 아버지 주머니에는 늘 필기도구가 있었던 기억도 잊지 못한다. 연필과 담배갑 종이를 빳빳이 편 것이 제일 흔했다. 밤이 되면 우리 남매들은 아버지 주위에 모여글씨 쓰기를 했다. 호롱불 밑에 둘러앉아 글씨 연습을 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버지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늘 귀담아 듣는 분이었다. 밥상머리 교육을 너무도 훌륭하게 이끄셨다. 우리는 밥상머리에서 그리고 식사 후에 둘러앉아 온갖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날 있었던 일은 빠짐없이 이야기됐고, 아버지는 이야기 내용에 따라 옛 위인들의 일화를 섞어가며 그에 맞는 교훈들을 일러 주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셨다.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커서 위인전에 실리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지금 와서 보면 우리 5남매 중에서 남들이 보기에 탁월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지만 남들에게 부담을 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그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에 대한 나의 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글의 내용을 조금씩 부모님께 들려드리는 것이 나의 작은 계획이다. 이제 친구도 없이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내 소중한부모님께.

◇교육은 사제동행(교단 분야)-대구 성서중 교감 이봉규

내가 성서중 교감으로 부임한 것은 1999년 9월1일이었다. 부임 직후 어느날 퇴근시간이 훨씬 지나 현관을 나서는데 특별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누가 남아 있는가 싶어 들여다보니 어떤 여선생님이 붓글씨를 쓰고 있었다.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미화 선생님이었다. 며칠 후엔가 비슷한 시간에 특별실 근처를 지나는데 이번에는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김 선생님은 매일같이 남아서 자기 소양을 계발하고 있는 것이었다.부지런도 하다 싶었는데, 학생 지도에는 더욱 열심이었다. 학생들이 등교해 하교할 때까지 생활을 완전히 같이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와서 교실 환기를 시키고, 아침 시간 지도를하는 것부터 개인 상담과 점심 식사, 청소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방과 후에도 집단 상담을 하거나 연극반, 시낭송반, 주제탐구반 등 학급 동아리를 운영했다.

학년말 휴가 때 김 선생님은 학생들과 땅끝마을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겠다고 계획서를 냈다. 그것도 선생님 사비를 들여 가려 했다.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지.김 선생님과 계속 근무하면서 더욱 놀란 것은 매일매일 학교생활을 일기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3월2일.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있었다. 우린 예전에도 아는 사이였을까? 딱딱한 호두 껍질째로 깨뜨림의 즐거움만 남았다. 그렇게 가슴 아련히 한껏 채워지는 오늘 첫 데이트였다. 어쩌면 평생을 가슴 속에 묻어둬야 할 그 빛나는 이름들, 가슴 벅차다' 올 3월 담임을 맡고 쓴 담임 일기 내용이다. 책상 위에 펼쳐진 교무수첩에 깨알같이 쓰인 글을 우연히 본 순간 나는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김 선생님은 국어 교사로서 수업 일기도 같이 쓰고 있었다. '3월21일. 2교시 수업을 시작하는데 여학생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아마도 자기네들끼리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가지고 글쓰기를 하는데 여러 가지 보충 심화 활동 중에서 선택하여 쓰게 했다. 자기 정도에 맞게 적극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예뻐보였다'계속되는 담임 일기와 수업 일기를 통해 학생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자기 발전을 더욱 해나갈 김 선생님의 밝은 앞날을 기대해본다.

◇숲밭골에서 쓴 사랑의 편지(자녀교육 분야)-대구 도원초교 학부모 오순옥

아이들의 학교에서 '숲밭골 소식'과 '숲밭골 신문'이 매월 번갈아가며 발간된다. 맞벌이 직장인으로서 아이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에 학교 소식에 늘 귀를기울이고, 학교의 교육 방향과 내용을 따르려 애쓰고 있다.이에 따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가장 먼저 하도록 한 게 일기 쓰기였다. 처음에는 그림일기부터 시작했다.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 형성은 물론 문장력,창의력, 비판력 등을 길러주고 학부모는 자녀의 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참으로 성과가 있었다.

일기 쓸 거리가 없어 보이는 날에는 "허준 의원과 예진 아씨, 유도지에게 편지를 한번 써 볼래?" "궁예왕이나 왕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면 어떨까?" "프랑스와 축구 시합이 있다고 하던데 네 생각을 적어 보렴" "다음 달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뭐니?" 넌지시 힌트를 주면 아이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일기를 썼다.

이렇게 쓴 일기장이 5학년인 큰 아이는 44권이나 되고, 3학년인 둘째도 39권에 이른다. 한번씩 일기장을 보고 느낌을 적어 격려해 주면 아이는 너무 좋아해 다음날 더 반듯하게쓰기도 했다.일기 쓰기와 함께 책읽기를 권했다. 방학 때 열리는 독서 교실에는 꼭 참여하도록 했고, 독후감도 가능한 한 쓰게 했다. 독후감은 자칫 흥미를 잃을까 싶어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인상 깊은 장면 그리기, 책 표지 그리기, 독서 퍼즐 등 다양한 방법을 일러줬다.가장 신경을 쓴 건 가족에게 편지 쓰기였다. 학교 방학 과제에 가족과 사랑의 편지 쓰기가 있어 시도해 보았는데 괜찮은 방법이어서 가능한 한 자주 쓰게 하고 있다. 아이의 관심과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의 생활이나 마음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을 넓혀 줄 수 있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