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첫 전쟁-(1)미국의 과제

9월 11일 역사상 유례없는 동시다발 테러로 세계 유일의 초강국이란 자부심이 무참히 짓밟혔던 미국. 절치부심하던 미국은 8일 오전1시40분(한국시간)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고 26일만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전격적인 보복공격을 단행했다.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속에 미국 주도로 시작된 '테러 전쟁'을 두고 국제사회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번 테러전쟁의 의미, 영향,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이 이번에 단행한 군사 목표의 1차 표적은 테러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휘하 테러조직 알 카에다,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제거하는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 승리의 사실상 최종적 관건은 국제사회로부터 아프간 군사공격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향후 지속적으로 펼쳐야 될 대(對) 테러전쟁에서 지지와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과연 승리할 것인가, 아니면 이슬람권 국가로부터 외교적 고립을 자초, 추가 테러의 위협속에 전전긍긍할 것인가. 미국은 태평양전쟁 이후 처음으로 본토를 공격당했다.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테러범들의 가미가제식 자살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채 붕괴됐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상징하던 펜타곤(미 국방부 본부 건물)도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이 자랑하던 막강한 정보력도, 최첨단의 군사력으로도 테러를 막아내지 못했다. 구소련의 붕괴로 국제질서를 홀로 주도해오며 로마제국도 꿈꾸어 보지 못했던 '세계 경영'을 해오던 미국이 허망하게 테러범들이 가한 일격의 기습으로 비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9·11 테러는 '미국의 세계독주'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무고한 인명이 숨지는 등 엄청난 희생을 당한 까닭에 유럽 등 맹방은 물론 러시아 등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동정하고 테러응징을 위한 군사행동에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시작하면서 전세계를 향해 "테러리스트 편에 서든지 아니면 정의편에 서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촉구, "중립은 있을 수 없다"고 선포했다. 아울러미국은 이슬람 국가에 대해서도 △전쟁 개시전 유엔 승인 요청 △ 아랍권 군사기지 제공 압력△테러자금 차단을 위한 각국의 금융관련법 개편요구 등 고압적인 외교자세로 일관했다. 특히미국을 지지하지 않으면 테러국 편에 서라는 흑백논리적 선택의 강요는 불손과 오만으로 똘똘 뭉친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의건재를 다시 한번 과시하고 국제사회로 부터 세계 유일의 맹주임을 공인받으려 하고 있다.그러나 미국의 승리는 확실하지 못하다. 국제사회 대부분은 이번 전쟁을 아프간과 미국의 대결만으로 보지 않고 있다. 아프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이슬람권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될경우 미국은 '험난한 전쟁'을 감내해야 한다.이때문에 8일 새벽(한국시간) 전격 단행된 미국의 공격은 종전의 전쟁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띨 수밖에 없었다. 부시 미 대통령이 개전을 선포하고도 군사행동에 돌입한데는 무려 26일이 걸렸다. 21세기 전쟁이 전격적인 신속 입체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아프간에 대한 군사행동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미국의 고민'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특히 미국은 아프간 공습을 감행하면서도 아프간 국민과 탈레반 정권을 '분리'하고 또 아프간과 이슬람권 국가들을 '분리'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7일 TV 연설을 통해 "군사행동의 목표가 아프간내 테러리스트 훈련기지 와해와 탈레반 정권의 공격에 있다"고 천명, 아프간 국민과 탈레반 정권을 분리 대응할 것을 명백히 했다. 또 군사행동에 앞서아프간 국민에 대한 3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원조계획을 마련한 것도 이같은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또 아프간 공격이 서방진영과 이슬람권 아랍국가들의 대결이 아님을 강조하는 한편 중동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안의 운을 뗀 것도 아프간 공격에 따른 아랍권의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아울러 오사마 빈 라덴의 검거가 지연되고 지상군 투입으로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띨 경우 '제2의 베트남 전쟁'으로 변모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남대 우철구(국제정치학)교수는 "이번 전쟁이 게릴라전 양상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전이 될 것이지만 미국이 베트남 전쟁처럼 오래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또 추가테러의 위협도 막아내야 한다. 미국이나 서방진영에서 대규모 추가테러가 다시 한번 발생한다면 부시 행정부는 보복전쟁 개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미국 등 서방에서도 반전여론이 더욱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처음 시작된 이번 전쟁은 새로운 세계사적인 의미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보복 공격은 단순한전쟁 개념이 아니라 세계를 주도하려는 미국의 군사전략과 외교정책, 그리고 새로운 국제질서 개편을 위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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