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꽁치분쟁 우리 외교는 뭐했나

러시아와 일본이 남쿠릴열도 수역에서 한국 등 제3국의 조업을 금지하기로 기본합의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할 때까지 한국 정부는 사실 확인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의 외교력 한계를 또 한번 드러낸 것으로 국민을 충격으로 몰고가고 있다. 이곳은 한국이 꽁치 원양 어획량의 40%를 차지하는 곳이어서 조업이 금지될 경우 어민과 관련업계의 피해는 불보듯 한데도 한국을 따돌리겠다는 '러-일 합의설'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도 당국은 "우리 어업 이익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일관하고 있음은 과연 이 나라에 외교 정책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15일 한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이같은 보도는 겉으로는 평화와 화해의 손짓을 하면서 전형적인 '뒤통수 때리기' 외교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의 저의를 의심케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은 상당부분 우리에게 있다. 지난번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는 알고 있으면서도 늑장을 부리다가 여론에 밀리는 바람에 뒤늦게 대응, 결국 굴욕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정보력 부재로 사안의 핵심조차 놓쳐버리는 '무능 외교'까지 연출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91년부터 남쿠릴열도에서의 조업문제를 매년 협의해 왔으며 올해는 이 수역에서 한국어선이 1만5천t의 꽁치를 잡기로 합의했고 내년도 문제도 곧 협의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전례만 믿고 이 지역이 갖고 있는 국제적인 미묘한 문제를 경시한 것이다.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주장하는 데도 이에 대한 대응책이 없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특히 남쿠릴열도에서의 꽁치조업은 한-러간 합의에 따른 것일 뿐 한-러 어업협정 같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우리의 외교가 얼마나 엉성한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어쨌든 대체어장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정부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당장 어민과 국민에게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외교정책의 전면 재검토는 다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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