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5년 6월 14일 21세의 모로코 명문사족의 아들 이븐 바투타가 무슬림 필생의 종교의무의 하나인 성지 순례에 나섰다. 당시엔 이슬람세력이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절. 바투타는 30년 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의 3대륙 10만여km를 여행했고, 당대 이슬람 미리니야조의 쑬퇀(술탄·군주), 아부 아난의 특명을 받아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다. 2년 뒤인 1356년 '여러 지방의 기사(奇事)와 여러 여로(旅路)의 이적(異蹟)을 목격한 자의 보록(寶錄)'이라는 제목의 기록이 완성됐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로 더 잘 알려진 기록이다. 철두철미하게 이슬람적 사고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 여행문학의 고전'이븐 바투타 여행기'가 한국어로 완역됐다. 프랑스어 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완역된 것. 남파간첩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66·전 단국대 초빙교수)씨가 옥중에서 번역한 작품이기도 하다.
때마침 미국이 이슬람세력을 향해 테러 참사의 보복전쟁을 개시했다.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한 나라 아프가니스탄도 대미 지하드(聖戰)를 감행할 준비에 나선 긴박한 순간이다. 14세기 초 인도에 머물렀던 바투타도 인근 지역을 정복하기 위한 지하드에 참가했다. '알라는 남을 돕는 자는 꼭 도와주신다'는 '꾸란(코란)'의 구절을 발견한 그는 뜨겁게 흥분하면서 배에 올랐던 것.
바투타가 걸어간 여행과 탐험의 길은 상상을 뛰어넘는 여정이었다. 그는 25년 간의 아시아 기행과 2년 동안의 유럽여행을 거쳐, 3년 동안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사상 초유의 여행 뒤에 고국으로 돌아왔다.그의 기행은 그보다 앞선 13세기 후반 '동방견문록'을 남긴 마르코 폴로의 23년 간의 여행을 뛰어넘는다.
이슬람과 비이슬람의 대결이란 얘기가 횡행하는 요즘, 이슬람 중심의 세계이던 당시의 역사적 문화적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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