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작품 4권 잇따라 출간

가족과 사랑…슬픈 질문들'가족은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10월들어 가족과 사랑에 대한 아픈 질문을 담은 소설작품들이 잇따라 나왔다. 때때로 삶이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가늘고 긴 줄위의 곡예같은 것. 가족과 결혼이라는 공적인 제도가 더욱 위기에 노출된 시대. 이 가을, 삶의 그 먹먹한 통증의 빛깔을 찾아 한권의 소설책을 들어본다.

국민일보문학상 수상작가 문윤근이 5년의 침묵 끝에 내놓은 장편소설 '언덕 위의 하얀집'(전2권·생각의 나무)은 이혼가정의 파괴적 속성과 그 속성이 잉태하고 있는 비극성을 집약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혼한 의사와 무대 디자이너인 부부와 영화감독을 꿈꾸는 딸을 내세워 인공의 제도적 관계가 갖는 허술함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이기적인 관계, 개인적인 의지가 동의하지 않는 사랑의 제도와 습속은 폭력과 야만에 불과한 것인가….

'니르말라'(쁘렘짠드 지음·이은구 옮김)는 인간의 가치보다 결혼 지참금이 더 존중되는 인도 사회에서 중산층의 한 평범한 여인이 재혼인 중년의 남편을 위해 희생하다 결국 부부생활의 불화 속에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지참금의 관습은 인도 여성의 삶에 깊은 상처와 비극을 안겨 준 현실적인 문제. 작가는 여기서 개인의 비극이 사회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며 이같은 개인의 비극이 결국은 가정과 사회의 비극을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판 '여자의 일생'으로 불리는 이 소설은 힌디와 아랍권의 사회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실주의 문학의 진수로, '힌디 소설의 황제'로 통하는 쁘렘짠드의 1920년대 작품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1999년)로 등단한 소설가 윤성희의 첫 작품집 '레고로 만든 집'(민음사)의 주인공들은 대개 평범한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생활력 없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여자(레고로 만든 집), 형과 어머니를 잃은 남자와 아내에게서 버림받은 남자(계단) 등, 기댈 곳이 없는 혹은 기대지 않는 이들의 삶이 그려져 있다. 세상의 주변부에 위치한 이들의 삶 또한 가족과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다.

2001년도 삼성문학상 장편소설 당선작인 '비둘기집 사람들'(은미희 지음·문학사상사 )은 한 여인숙을 무대로 고달픈 삶을 껴안고 사는 잡다한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아픈 음지를 그리고 있다.

가족과 사랑을 꿈꾸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자들이 얼마동안 몸을 담고있는 여인숙이란 공간은 고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슬픈 안식처이다. 그래서 '비둘기 여인숙'은 안식할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음지식물 같은 현대인들의 보이지 않는 시공 속에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실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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