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김모씨는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우뇌가 크게 손상된 채 태어났다. 우뇌에 문제가 있으면 왼쪽 팔다리가 마비된다는 게 의학적인 정설. 그러나 김씨는 가벼운 편마비 증상외에는 별다른 불편없이 20년을 살아왔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김씨의 뇌를 관찰한 결과 좌뇌에 왼쪽 팔다리로 가는 새로운 운동신경 경로가 추가로 생긴 것이 관찰됐다. 좌뇌가 양쪽 팔다리를 모두 컨트롤한 것이다.
◇ 손상된 뇌는 회복될까?
뇌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뇌도 왕성한 회복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맹인은 손끝의 감각이 손 감각을 관장하는 뇌 영역에 연결되지 않고 시각피질영역에 연결돼 있어 점자를 정상인보다 훨씬 더 잘 읽을 수 있다거나, 5세 이하의 어린이는 왼쪽 뇌에 있는 언어중추가 완전히 손상되더라도 오른쪽 뇌에서 언어기능을 완전히 대신해 언어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고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뇌졸중의 경우 발병후 저절로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가 20~5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뇌졸중 환자 10명 가운데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명까지 저절로 완쾌된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손상된 뇌세포 자체가 재생된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져 뇌 손상에 대한 과학적인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손상된 뇌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을까? 우리의 뇌에는 손상된 부위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여분이 많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전체 뇌의 20~30%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특정 뇌기능이 손상되면 나머지 80%에서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뇌졸중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뇌가 손상된 후 훼손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성질을 의학적으로 '뇌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 뇌도 갈고 닦으면 좋아진다
뇌 과학자들은 뇌를 물과 같이 유동적이고 바뀔 수 있는 성질을 가진 장기라고 말한다. 뇌는 한번 만들어지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그 기능을 더 좋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공부에 사용되는 두뇌가 더 좋아져 공부를 더 잘하게 되는 것도 뇌의 가소성 때문이다.
뇌의 가소성은 운동이나 감각자극, 전기자극 등 주변 자극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외부의 자극 가운데 뇌의 가소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자극들만 치료목적으로 묶어 놓은 것이 뇌 손상환자에 대한 재활치료다. 뇌손상으로 팔다리 사용이 불편해진 환자의 경우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동적인 운동은 물론 재활기구의 도움으로 수동적인 운동을 반복해도 뇌의 해당 영역이 확장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 재활치료에도 시기가 있다
몇몇 과학자들이 고양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생후 3주에서 3개월까지 시각적 자극을 주었을 때만 시력이 생겨났다. 이 시기에 빛을 차단하고 그 뒤에 시각적 자극을 준 고양이에게는 시력이 생겨나지 않았다. 고양이의 시력형성은 생후 3개월까지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뇌 기능 발달에 필수적인 시기를 임계기라고 한다.
모든 인체 기능에 대한 임계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뇌 재활전문가들은 뇌졸중의 경우 대개 발병 수일후부터 첫 1개월이 뇌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임계기로 추정하고 있다. 뇌졸중과 같은 뇌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발병 후 최대한 빨리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임계기를 넘긴후에는 많은 노력을 해도 치료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장성호교수(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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