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한글날과 인터넷 언어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젊은층의 언어파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한자는 물론 특수문자까지 동원해 마치 암호를 연상시키는 신조어들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그동안 인터넷상에서 방가(반가워요), 어솨요(어서 오세요), 안냐세요(안녕하세요) 등의 축약형 조어는 이제 고전에 속한다. '안냐세요'는 '안냐세여'와 '안냐세염'을 거쳐 이제는 '안냐세욤'까지 진행됐다. 번애쥬세孝!(보내주세요), △ㅏⓡⓐⓝⓖ㉭ㅐ(사랑해), 2ㅃㅇYㅇ(이뻐요) 등의 말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언어파괴 현상은 이제 우려 수준을 넘고 있다.

이런 통신언어 파괴현상은 젊은층의 동창회나 반창회 등의 폐쇄적인 사이트에서 동영상 채팅 때 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프리챌과 다모임 등 대형 인터넷 사이트일수록 이런 언어파괴현상이 더 심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또래 집단끼리 나누는 조어와 은어는 일종의 유행어로 시간이 지나면 안쓰거나 소멸되기 때문에 염려할 게 없다는 일부 전문가의 견해가 있지만 문제는 영향력이 있는 공식 홈페이지와 대중매체들이다.

한 조사연구기관이 지난 7월 잘 알려진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물론 표준어와 외래어표기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틀린 것이 많았고, 어미가 틀리거나 주어.서술어.목적어.부사어가 없는 문장, 어순이 엉망인 글 등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신력 있는 사이트가 이럴진대 다른 홈페이지의 국어 오.남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의 확산이 국민의 언어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예다.

이러다가는 온라인상에서 오염된 언어가 실생활에까지 범람, 우리의 언어체계에서조차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그레셤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될 위험성도 없지 않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반포한 지 555돌이 되는 뜻깊은 날을 맞아 오늘 경주에서 성덕대왕신종 타종식이 있었다. 한글날에 서라벌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 에밀레종소리가 오늘의 언어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재수기자(교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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