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공격대상 확대.장기화 조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인 군사보복이 전세계를 전쟁구도로 몰아넣는 제3차대전의 서막이 될 것인가.

대부분의 국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주도로 시작된 이번 전쟁이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아랍권 국가에서도 군사기지 제공 등 협력을 받은 상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공격 대상이 확대되고 장기전이 될 조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AFP통신은 8일 "미국이 진행중인 테러와의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다른 국가와 조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아프간 이외의 다른 국가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8일 "우리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전장(戰場)은 더 넓다"며 테러지원 국가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테러지원국가로 지목한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 돌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이번 전쟁은 장기간에 걸쳐 계속 될 것이란 부시행정부의 다짐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이날 "국제테러를 근절시키기 위한 미국 주도의 대(對) 테러 전쟁이 몇년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테러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원 체포.사살작전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채 '전과(戰果)없는 전쟁'이 계속되거나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국가에서 대규모 후속테러가 계속 발생할 경우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 등 아랍권내 테러지원국가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공격을 확대할 경우 아랍권내 반미연대가 형성, 이번 전쟁이 서방대 아랍권의 대결구도로 변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실정이다.벌써부터 이슬람 국가들의 동요 조짐도 확산되고 있다. 이란은 8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무고하고 억압받는 아프간인들을 해치게 될 이번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라크도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반역적인 침략'이라고 비난하고 "9.11 테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국제사회에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파키스탄내 주요 이슬람 정당과 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미국을 비난한뒤 대대적인 반미시위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인도네시아 과격 단체 이슬람청년운동(GPI)은 이날 한술 더떠 "미국과 영국에 맞서 싸우기 위해 지하드(聖戰) 요원 3천여명을 금주내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PI는 지난 달 중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경우 탈레반 정부를 지원할 전사들을 현지에 파견키로 결정, 자카르타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지원자를 모집해왔다. 다른 아랍권 국가들도 이번 미국의 공격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으나 대다수 시민들은 강력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에 내재한 반미감정과 서방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계기로 계속 확산될 경우 이슬람 국가들의 내적 결속력을 강화하게돼 국가차원은 아니더라도 회교무장세력들을 통한 테러행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최악의 테러참사가 발생한 이후 세계 언론들은 제3차대전의 가능성을 우려하며 새뮤얼 헌팅턴(하버드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의 문명충돌론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헌팅턴 교수는 저서 '문명의 충돌'을 통해 "다가오는 세계에서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이며 상이한 문명에 속한 집단들, 특히 이슬람권과 비이슬람권의 분쟁에서 전쟁이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테러 이후 헌팅턴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테러 참사를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 아닌 '야만과 문명의 충돌'일 뿐"이라고 규정지었으나 "앞으로 2, 3년 내 유럽과 일본이 다음 테러의 표적이 될 수 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노리고 있는 것도 이슬람권과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문명간의 대충돌이다. 빈 라덴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개시 직후 이슬람권의 단결로 미국에 대해 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역시 이슬람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동정책에 큰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점도 이스라엘 편향정책에 대한 '변화의 시도'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간다 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은 단기간내 종결, 아랍권내 반미감정 확산을 차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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