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물결 앞에 여느 잡지들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도, 옹골차게 '녹색'만을 지켜온 환경생태 인문잡지 '녹색평론'(발행인 김종철). 녹색평론이 추구하는 세상은 한마디로 '고르게 가난한 사회'이다.
생태계가 파괴된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이 단순 소박한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1년 가을 대구에서 탄생된 환경생태 전문 격월간지 녹색평론이 최근 통권 60호(2001년 9~10월)를 내면서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녹색평론의 지난 세월은 모든 분야의 사회문제들을 생태론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비판하는 작업이었다.
자본주의 메카니즘을 일관되게 거부하고 서구문명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우리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주장해 온 녹색평론이 우리 사회와 지성계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수백만부 이상이 팔린 슈퍼 베스트셀러라 한들 누런색 재생용지 담긴 메시지를 능가할 수 있을까.
녹색평론은 최근의 수돗물 불소화 논쟁을 비롯, 유전공학, 유기농법, 대체의학, 자연식품, 대안교육, 지역자치, 무역자유화, 원자력발전소,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그동안 환경생태론적 입장에서 산업.정보화 사회의 핵심적인 논쟁들에 적극 참여해 왔다. 그것은 대안학교로 유명한 간디학교 양희규 교장의 말처럼 '창조적 불복종'과 '진리 앞에서의 단순함'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학자가 아닌 잡지로는 이례적으로 한길사가 제정한 제14회 단재상 학술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환경과 생태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간이 산업사회에 휩쓸리지 않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진지하고도 꾸준한 노력이 그만큼 돋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5년전 출간된 '오래된 미래'가 4만~5만권이 팔리면서 녹색평론은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갈 수 있게 됐다. 서울의 대형서점이나 도매상들과 거래도 이루어지고 직원도 4명으로 늘렸다.
뭐니뭐니해도 녹색평론의 핵심자산은 5천여명의 정기독자들이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독자모임 '을 만들어 녹색평론이 추구해 온 목표에 조용히 그러나 올곧게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변화의 디딤돌들이다. 법정 스님, 작가 박경리.박완서.송기원씨와 변산공동체학교 윤구병 대표같은 사람들도 정기독자이자 후원자이기도 하다.
현대 기술문명의 안락함과 정보사회의 속도감에 젖은 사람들은 녹색평론이 전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수용하고 실천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러나 오늘의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문화 재건이 필요불가결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또 우리의 인간적인 자기쇄신인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녹색평론의 주장이다.
녹색평론은 그렇게 생태적인 감수성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끊임없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인간의 바람직한 삶의 모습에 대한 청신호를 제시하려 애쓰고 있다. 생태를 생각하는 격월간지답게 녹색평론은 창간호부터 10년째 투박한 재생용지 사용을 고집해 오고있다.
녹색평론의 변홍철 편집장은 "값은 재생용지가 싸지만 재질이 좋지않아 인쇄나 제본 또는 보관에는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종이라는 재료 하나에도 환경을 고려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밝힌다.
게다가 "'녹색평론'이란 책이 나무를 희생하고 낼 만큼 가치가 있는지 고민스럽다"는 발행인 김종철 교수의 태도에는 환경과 생태에 대한 어떠한 수식어도 부끄러워질 뿐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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