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카페-술 한모금 차 한잔도 색다른 낭만

한 끼를 가볍게 때우거나 술 한잔 걸치는 정도라면 굳이 음식점을 가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처럼 분위기 있게 식사하고 싶다거나 이색적인 곳에서 차를 마시며 낭만을 즐기고자 한다면?

대구시 남구 대명9동 앞산 밑에 자리잡은 'F&P(Fashion & Passion·053-656-0385)'. 패션디자이너 변상일(48)씨가 운영하는 아담한 패션카페이다.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변씨의 패션관이 느껴질 정도로 이곳에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창 밖으로는 작은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천장에는 철근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고 실내엔 큰 나무 두 그루가 천장을 이고 하늘을 향해 서있다.

간단한 식사와 이탈리아풍 커피, 케이크 등을 파는 이곳에는 그동안 패션디자인전, 한국조형협회전, 천연염색전 등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렸다. 요즘도 의상학과 대학생들의 패션 작품이 전시중이다.

변상일씨는 "삭막한 도심에서 문화와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는 것이 운영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성구 수성4가 옛 코오롱 공장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상가의 카페 '안단테'(053-753-8882). 여기서는 이름(안단테=느리게)대로 잠시 시간이 느려진다. 한땀 한땀 공들여 바느질한 쿠션, 인형, 옷 등 '퀼트' 작품들이 곳곳에서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 이미현(39·여)씨는 퀼트전문가. 음식과 술보다는 퀼트 문화를 널리 알릴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이곳을 찾은 한 여중 교사의 요청으로 학생들의 방과후 학습공간으로 활용돼 이씨가 직접 퀼트 강의를 하기도 했고, 차를 마시러 왔다가 이씨의 문하생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퀼트를 배우느라 일본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취미와 문화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카페나 바를 많이 보게 됐지요".

이씨는 이 공간이 퀼트가 생활예술로 자리잡을 수 있는 노둣돌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대구시 중구 향촌동의 '자연속으로'(053-253-2782)는 여행·등산 카페이다.

좁은 공간에 식탁은 몇개 없지만 벽면에는 여행과 등산에 관한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줄잡아 1천여권쯤.

이곳에선 제대로된 식사를 하고자 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토스트와 라면 정도로 겨우 허기를 면하거나 간단한 음료와 맥주를 마실수 있을 뿐이다.

전문 여행사는 아니지만 여유롭게 차나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책과 인터넷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고 여행을 좋아하는 주인 곽두삼(38)씨는 주말이면 테마여행을 마련하고 3개월마다 여행 소식지 '자연속으로'를 발간한다.

고성능 오디오와 DVD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이나 뮤직비디오, 영화 등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하려면 카페 '알레'(대구어린이회관 맞은편. 053-766-0063)가 어떨까.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다인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이곳은 '소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천장 공사를 하지 않았다. 프랑스풍의 인테리어도 특색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볼만 하다. 저녁시간 이후 차나 술 손님이 많은 편이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구 대봉동의 프랑스풍 레스토랑 '파블로'(053-423-8111)는 지난달 작은 음악회를 열어 이목을 끌었다. 단골 손님 대부분이 대학교수나 문화·예술인이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열고 그림 전시회도 가질 계획이라는 것.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웅장한 예술회관이나 공연장만이 아니다. 문화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런 작은 공간들이 문화의 일상화를 앞당기는 '문화게릴라'가 아닐까.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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