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연락이 끊어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 최성구(67)씨가 자신을 찾아 서울로 온다는 소식에 동생 갑락(64·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작은형이 퇴각하는 인민군에 끌려갔다는 가족들의 말만 듣고 50년이 넘도록 찾아볼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 닷새 뒤면 만난다니 정말 믿겨지지가 않아요".6남매의 다섯째로 경북 안동시 남선면 구미리에 살던 최씨가 바로 위 형이었던 성구씨와 헤어진 것은 지난 50년 9월. 인민군이 국군의 반격에 밀려 안동에서 퇴각하면서 안동사범병설 중학교 1학년이던 형을 길 안내로 삼겠다며 끌고 가면서였다. 부모님은 10여년전에 돌아가실 때까지 넷째가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어머님께서 30년이 넘도록 매일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셨는데…".
갑락씨의 형은 지난 봄 이산가족 서신왕래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생존을 남쪽 가족에 알렸다.
"원산에서 중학교 교편을 잡으셨다고 그러시더구만. 어릴 때 우리 6남매가 된장찌개와 열무김치 밥상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 지 잊을 수가 없다는 거야. 안동에 계시는 누님(최순행·70)과 한동안 얼싸안고 울기만 했어".
최씨는 "자식들도 숙부를 빨리 뵙고싶다며 난리야. 형에게 무슨 선물을 해야할 지 고민"이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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