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술 타령

중국 당나라 시성(詩聖) 이태백(李太白)은 유명한 술꾼이었다. '산중대작(山中對酌)'이란 시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술잔을 나누면 산에는 꽃이 피네/한 잔, 한 잔, 또 한 잔/내 취해서 잠들고자 하니 그대는 돌아가시라/내일 아침에 생각이 있거든 거문고 안고 오시게'라고 노래할 정도였다. 프랑스의 사상가 바슐라르는 술을 '타는 물'로 보았고, 우리 말의 어원도 '수불(水火)'에서 '수울', 다시 '술'로 정착됐다고 한다. 술은 몸과 마음을 불처럼 타오르게 하는 물인 셈이다.

▲술은 소극적인 사람을 적극적이게 하는 생명수 역할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통제력을 잃게 하는 광약(狂藥)이 되게 마련이다. 술은 몸 속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스트레스를풀어주며 교제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병이 되고 독이 되며 죽음을 부르기까지 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험한 바다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술잔에 빠져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최근 술을 매일 마시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훨씬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미국 하버드대 캐서린 코니그레이브 박사가 12년 이상 하루 15~29g의알코올을 섭취한 사람이 술을 조금 마시거나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발병률이 36% 낮으며, 50g 이상 섭취한 경우 39%나 낮다고 발표했다. 다만 조사 대상 중 50g 이상 섭취한 경우는 극히 적어 이의 일반화는 무리일지 모른다고 한다.

▲알코올 50g이라면 355cc 짜리 캔맥주 3~4개, 독주나 포도주로는 3~4잔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하루 한두 잔의 술이 아니고 이 정도의 술을 매일 마신다면 영락없는 술꾼이다.가벼운 알코올 중독자로 분류될 수도 있다. 아무튼 이 보고서는 당뇨병 위험의 감소는 적당한 양의 규칙적인 음주가 낳는 여러 효과의 하나라고 분석, 그 양은 개인의 차이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 일단 술꾼들에게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술은 예로부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며 늘 가까이 있어온 친구와도 같았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우리 곁에서 위로를 주기도 하고 받게도 하면서 우리 삶의 한가운데 자리잡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인들에게 공포로 다가오는 당뇨병에 좋다니 금상첨화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건강 뿐 아니라 인격까지 해칠 수 있어 적당히 마시는 자제력이 요구된다. 세상이 하도 어수선해 '존재의 가벼움에 욕망의 육중함을 더하니 소주 한 병의 무게와 같더라'는 '술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도 있었지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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