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꽁치 분쟁' 실무회담 개최 합의

김대중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꽁치분쟁'과 일본의 역사인식, 대 테러대책, 남북관계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의 단독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등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일본총리의 담화와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거듭 확인하고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일본과 러시아측이 남쿠릴 수역내 한국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으며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남쿠릴 문제는 일.러간 영토문제가 걸려있는 문제라면서도 한국과도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꽁치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고위급 차원의 한일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테러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에 동참하는 한편 2002년 월드컵 및 한일 국민교류의 해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은 한국인의 일본 입국비자(사증) 면제 및 서울-도쿄(東京)간 셔틀기 운항, 한일 투자협정 조기체결, 재일 한국인 지방참정권 부여 등도 적극 추진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또 한일 정상회담 및 각료회담을 정례화하고 월드컵 대회에 대비한 테러대책에 공동협조하는 한편 대북 정책에 있어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직후 국립묘지와 서대문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터)을 방문,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한승수 외교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간담회에 참석, "한.일간 물밑접촉을 통해 자구 하나하나를 놓고 협의를 했다"고 말해 양국간에 고이즈미 총리의 사과발언 수위를 놓고 면밀한 사전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 장관은 또 "일본 자위대의 역할 증대 등 방위.안보태세 정비는 일본의 평화헌법 테두리내에서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꽁치분쟁'에 대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실무회담 개최에 합의할 것이며 가능한 한 고위급 회담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러시아 EEZ(배타적 경제수역)내 북쿠릴 어장 확대, 일본의 산리쿠어장 확대, 경제성 있는 신규어장 확보을 비롯한 대체어장 개발 확보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 정상회담 성과 부진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남쿠릴 수역 꽁치조업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역사교과서 문제와 남쿠릴어장 꽁치조업 문제 등에 대해 일부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서 시작돼 러.일간 남쿠릴 어장에 대한 한국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배제 합의로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간 긴장관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정리 문제=우리측은 역사교과서 왜곡과 일본 총리의 야쿠니 신사 참배 등 과거사 왜곡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구체적인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 대통령은 이미 정부가 천명한대로 이들 문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지난 95년 무라야마 담화와 98년 21세기 파트너십 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해서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현행 검정제도상 불가피했고 앞으로는 검정과정에서 근린제국 조항을 고려해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 역시 『전쟁희생자를 추도하고 부전(不戰)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향후 참배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꽁치잡이 문제=한일간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남쿠릴 수역에 대한 한국어선의 꽁치잡이 조업 배제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측이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일본간의 협의 결과가 우리의 기존 꽁치잡이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추가적인 협상여지를 제시하는데 그쳤다.

▲한일관계 전망=이번 회담의 성과는 예상한대로 기대이하였다. 과거사 인식문제와 꽁치조업 문제에 대해 일본측이 약간의 진전된 입장을 제시하긴 했으나 현재 한일간의 응어리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이런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그칠 바에야 무엇하러 정상회담을 했는냐는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일본이 기본적으로 종전의 입장을 버리지 못한데서 확인할 수 있듯 이번 회담은 우리정부의 빈곤한 외교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정부는 일부 진전된 합의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이런 합의가 일본정부에 의해 구체적인 조치로 조기에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한일관계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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