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물' 시내버스 교체못해 시민불편

12일 밤 10시쯤 대구시 북구 팔달교 부근에서 범물~칠곡방면을 운행하는 한 좌석버스에 올라타자 퀴퀴한 냄새가 불쾌감부터 안겼다. 창에서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고, 일부 창틀은 신문지가 끼워져 있었다. 버스천정 손잡이중 하나는 떨어져 나갔고, 형광등 4개중 2개는 불이 거의 나간 상태였다. 좌석 사이에 있는 하차신호 벨 또한 고장난 곳이 많았다. 이 버스는 94년 11월에 등록했다니 만7년째 뛰고 있는 셈. 이 버스 운전기사는 "낡은 차를 운전하면 훨씬 더 피곤해 운전기사들이 운행을 꺼린다"며 "비가 새는 버스도 있다"고 했다.

검단~시지구간을 운행하는 한 일반버스는 올해로 차령이 9년. 좌·우측 손잡이대는 보기 흉하게 휘어졌고, 천장 환풍기, 의자는 시꺼멓게 녹이 슬고 때에 절어 있었다. 문 손잡이 기둥은 플라스틱이 벗겨져 지저분했다. 13일 오전 7시 무렵 이 버스를 탄 직장인 권영숙(27.여)씨는 "낡은 버스는 불쾌감도 주지만 불안감도 안겨 준다. 서민대중의 발을 이렇게 내버려두어서야..."라고 말했다.

대구 시내버스회사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고물 직전'까지 간 차량을 운행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 대중교통 서비스 부실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종전에는 보통 6년정도 운행하고 새로운 버스로 교체해온 시내버스회사들이 지금은 대당 5천700만~6천만원하는 신차를 살 능력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대부분 법정 운행기한 9년이 찰 때까지 굴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가 올해 시내버스 1천802대를 대상으로 차령(車齡)을 조사한 결과, 5년이상이 1천55대로 59%를 차지했다.

특히 좌석버스는 603대중 5년이상 버스가 79%(477대)로 나타났으며, 94년 하반기이전에 구입한 버스 300여대에는 냉방시설도 없다는 것이다.

한 회사의 경우 버스 55대중 5년이상이 38대이고, 특히 좌석버스 17대중 97년이후에 구입한 버스는 1대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난폭운전이 심한 시내버스는 법정 차령 이전에 교체해야 비교적 쾌적한 운행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버스회사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대·폐차해야하는 100여대조차 교체 여력이 없다며 서비스 개선에는 난색을 표하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가 2003년까지 대·폐차 시내버스 400여대를 CNG버스로 바꾸는 계획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CNG버스의 가격이 경유보다 2천여만원이나 더 비싸고, 경유버스와 운송수익금 차이가 없는데다 주유 및 A/S불편이 잇따라 올해 구입한 40대 이외에는 더 이상 CNG버스를 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최근 시에 전달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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