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 기획 전시회, 폭발적 반응

평범한 주부 3명이 비영리 전시회를 개최,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현령(41) 김순진(47) 권이경(41)씨는 오는 18일까지 갤러리 청산향림(053-624-1715)에서 열리는 천연염색가 김정화(45)씨의 '조각보의 일상미학' 개인전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회는 전시 장소가 대구시 남구 대명동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200여명이 찾아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난생 처음 여는 전시회인데도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랐습니다. 힘들게 준비한 만큼 보람도 남다릅니다"

올해초 함께 전시회를 열자고 제안한 이현령(41)씨의 얘기다. 영남대 조형대학원 미술학과에 재학중인 이씨가 전시회를 연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미술전시의 마케팅 개념 도입'이란 제목의 졸업 논문을 쓰고 싶었기 때문.

이들 3명이 의기투합, '험난한' 전시회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작가 선정부터 어려운 과정이었다. 작가 몇명을 놓고 두달 가까이 진통을 겪은 후 김정화씨를 전시 작가로 선정했다. 그의 조각보가 우리의 전통 공예인데다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끄는 작품이었기 때문.

역시 전시회 기획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조달 문제. 작품을 팔지 않는 비영리 전시회인 만큼, 비용을 뽑아내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았다. 이들은 기획안과 협찬제안서를 들고 업체들을 찾아다닌 결과, 다섯곳에서 400만원을 구했다. 또 전시회 개막일에 '후원의 밤'을 열어 400만원, 티셔츠 엽서 등 아트상품을 판매한 수익금 200만원 등으로 전시회에 필요한 경비 1천만원을 확보했다는 것.

이들은 관객 동원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9일 후원의 밤에는 허동화(한국자수박물관 관장)씨의 강연, 조성진씨의 마임 공연, 국악가 4명의 연주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객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이날 폭우가 쏟아지고 장소가 넓지 않은데도 120명의 참석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전했다.

또 여성단체와 주부 모임 등을 갤러리에서 갖도록 유도하고, 두차례의 워크숍과 어린이 미술교실을 여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시회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 재원마련과 관객동원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저희 3명 뿐만 아니라 작가 권기철씨와 대학원 동료들이 큰 힘을 보탰습니다"(이현령) "대구의 문화풍토가 척박하다는 얘기가 많지만, 관객들의 잠재된 문화욕구를 보고 놀랐습니다"(김순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겁없이 달려들었지만, 문화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권이경)

작가 김정화씨는 "대부분 작가들은 개인전을 열면서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액자. 도록 제작, 전시장소 임대 등을 해왔다"면서 "문화는 후원자가 없으면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때, 이번 전시회는 주부들의 신선한 도전의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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