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가 정치·경제발전 결정"

'그 사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이다'라거나 문화가 경제발전을 저해하기도 하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게 사실일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문화는 정말 중요하다'(새무얼 헌팅턴, 로리 해리슨 공편, 이종인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 찾아보자.

세계적으로 문화가 발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사례 한가지는 우리나라와 연관돼있다. 지난 1960년대 초반 가나와 한국의 경제상황은 아주 비슷했다. 그런데 30년 뒤 한국은 세계 1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산업강국으로 발전한 반면 가나의 1인당 GNP는 한국의 15분의 1의 수준이다. 무엇 때문인가. 바로 문화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인들은 검약, 투자, 근면, 교육, 조직, 기강, 극기정신 등을 하나의 가치로 생각하지만 가나 국민들은 다르다.

문화적 요소는 어느 정도까지 경제적, 정치적 발전에 기여하는가? 만약 기여한다면 경제적, 정치적 발전을 가로막는 문화적 장애요인들을 어떻게 제거 혹은 바꿀 수 있는가. 아프리카의 지식인, 다니엘 에퉁가망겔은 '문화는 어머니이고, 제도는 그 자식'이라고 했다.

제7부로 꾸며진 이 책의 제1부 '문화와 경제발전'에서 데이비드 랑드는 경제발전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문화가 거의 모든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했고, 카를로스 알베르토 몬타나는 캐나다와 미국은 성공한 반면 라틴 아메리카가 실패한 것은 엘리트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랑드는 일본의 경제기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직업윤리, 즉 문화가 유도한 인간자본 덕분이었고, 몬타나는 진보를 배척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관리들이 라틴 아메리카의 항구적 가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제7부 '변화의 추진'에서 로렌스 해리슨은 "문화와 문화적 변화를 강조하는 중요한 지적 흐름이 전세계에 흐르고 있다. 이는 왜 어떤 나라 혹은 인종, 종교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더 잘살고 있는가에 대한 통찰을 마련해준다. 그동안 번영, 민주주의의 사회적 평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온 전세계 가난한 사람들에게 발전의 길을 비춰주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문화와 경제를 이어주는 과정과 인과관계에서 나타나는 분규에 대해 발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책은 가난한 자와 부자, 자유로운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구분이 더 커지고 있는 21세기의 현상들에 대한 석학들과 저널리스트들의 고민의 결과이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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