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 데스크-혼돈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희한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된다. 선진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한국에서는 자주 목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다 보면 이런 생각을 더욱 깊게 하게 된다. 폭력배를 다스려야 할 검찰이 이들을 오히려 비호하고 장관의 동생이, 또 검찰총장의 동생이 형들의 후광을 업고 각종 이권업에 끼어들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어느 외국인이 말한 것처럼 뇌물을 받고 교도소에 갔다 온 사람들이 버젓이 국회의원으로 행세를 하고 있으니 전세계를통털어 국회의원 가운데 전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만큼 높은 나라는 없다는 말이 실감 있게 들린다.

그래서 한국을 총체적으로 무질서한 나라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들 역시 이런 무질서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자주 겪는다. 무슨 일이던 정상적인 통로를 거쳐서는 잘 해결되질 않는다. 게임을 위해 룰이 존재하지만 우리사회는 룰이 별반 필요치 않다. 줄만 잘 잡으면 무엇이던 손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국민들이 정부에다 쏟아내는 불평도 이런 룰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IMF 이후 줄곧 어려운 살림살이를 해온 국민들이 권력주변에서 쉽게 돈을 벌거나 출세가도를 달리는 이들을 볼 때 정말로 대한민국은 룰도 없는 희한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에는 또 다른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정치사에 있어 빠트릴 수 없는 3김 중 두 분(YS와 JP)이 신당을 만든다는 얘기다. 실현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의제휴 움직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날카롭다. 가뜩이나 현실정치에 신물이나 있는 국민들에게 이들의 신당 창당 얘기가 참신하게 다가 올 리 없다. 역사는 발전의 개념인데, 이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시간을 역류시키는 같아 피곤함부터 느끼게 한다. 신당 창당이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겠지만 왜 하필이면 이 두 분이냐는 것이다. 한 분은 대통령까지 지냈으며 또 다른 한 분은 본인이 비록 대통령을 해보지 못했다고 강변을 하지만 그 누구보다 한 시대 정치사를 화려하게 풍미했던 경륜의 인물이 아닌가. 그래서 그들의신당창당 얘기는 국민들의 눈에는 과욕으로 내 비쳐질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는 과거 지향이 아닌 새롭고 신선한 것들이다. 짜증스런 구태를 벗어 던지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참신하고 역동적인 정치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지금 우리의 정치가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는 것도 이같이 국민들이 소망하는 정치를 실현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들은 오히려 두분 김씨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원로 정치인으로서 역할일 것이다. 오랜 정치적 경륜을 바탕으로 한국의 미래를 그려줄 따끔한 훈수와 경계있는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유방을 도와 중국을 천하 통일한 장량이 온갖 부귀영화와 권력을 마다하고 청빈하고 한가롭게 소일한 고사는 지금까지도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살구꽃은 삼월에 피고 국화는 구월에 핀다"는 장량의 말은 때를 알아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이 과하면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스스로의 목숨조차 부지하기도 어렵다는 역사적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달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사건 때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국난극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 가며 부시 대통령에게 성원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세계 각지를 돌며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벌이는 모습에서 은퇴한 정치인의 여유로운 삶도 우리는 목격했다. 그러나 우리의 노회한 두 원로 정치인은지금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대선을 앞둔 가운데 두 원로가 만나 손을 맞잡고 보수 신당을 운운하는 모습이 우리 국민들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은 과연 혼돈의 나라인가.

우리의 지도자들도 때로는 이겼어도 물러나고 적당히 지고도 물러날 줄 아는 성숙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더 이상 혼돈의 나라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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