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렁한 단속, 뱀 밀렵 극성

동면하려고 들녘에서 산으로 기어 오르는 뱀을 싹쓸이 포획하는 뱀 밀렵꾼들이 경남북 지역에서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경기도.강원도에서 활동하던 전문 꾼들이나, 그곳에서의 단속이 강화된 뒤 영남으로 대거 이동해 온 것으로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지역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현장 모습 = 지난 15일 오후 안동 풍천면과 예천 지보면 경계점인 절골.피아골 야산 능선. 도토리 줍던 주민들로부터 뱀 대량 밀렵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야생동물보호협회 경북 북부지회 대원들을 기자도 따라 나섰다.

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밀렵꾼은 도망가고 없었다. 남겨진 것은 그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뱀 200여 마리를 담은 자루 3개. 밀렵꾼들은 뱀을 매일 거둬 가는 것이 일반적 행태라고 했다. 그렇다면 자루에 담긴 뱀들은 14일 오후와 15일 오전에 잡힌 것들. 환경부 보호대상 동물로 지정된 살모사.구렁이를 비롯해 화사 등 종류도 다양했다.

주변 산 구비를 따라 뱀을 잡으려 설치한 그물은 옆 산까지 이어져 있었다. 잠시 동안 확인된 것만도 길이가 무려 1km나 됐다. 그러나 협회 대원들은 이곳과 풍양면 오지리 등에 널려 있는 그물이 8km에 이른다고 했다. 포획 대상지가 정해지면 아예 산 하나 전체를 그물로 겹겹이 둘러 싼다는 것.

이렇게 해 놓으면 동면처를 찾아 산으로 오르다 그물에 막힌 뱀이 길을 찾아 다니다 통발로 유도돼 잡힌다고 대원들은 말했다. 그런 그물들에서 하룻동안 잡히는 뱀은 수십∼수백 마리나 된다고도 했다. 지회 대원들은 지난 12일에도 인근 오지리 야산에서 밀렵꾼 통발에 걸린 뱀 500여 마리를 풀어 놔 준 적 있다고 했다.

◇밀렵꾼과 밀거래 = 최근 경북 북부에서 설치는 밀렵꾼들은 경기도.강원도에서 활동하다 자원이 고갈되고 단속이 강화되자 옮겨온 4∼5개 전문 조직들인 것으로 야생동물 보호협회 대원들은 추정했다.

그 중 김모(41.괴산)씨 등 4명으로 된 조직은 지난 6일 예천 지보면 마전리의 빈 농가를 빌려 상주해 가며 의성 단북면 등에서 뱀을 밀렵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또다른 한 조직은 경찰의 추적 수사 대상이 돼 있다.

야생조수 보호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한 지역에서 뱀 그물을 설치하는데 드는 돈은 무려 1천500만원 정도. 그러나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뱀을 잡으면 3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밀렵된 뱀에는 또 중간수집상이 붙어 대도시로 유통 시킨다. 살모사.화사는 각 1만5천원 및 8천원선에 거래되며, 구렁이 중에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물렁한 법규, 손 놓은 단속 = 이들은 붙잡히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체포돼 봐야 대부분 벌금만 물면 풀려 나온다는 것. 그 정도 처벌쯤으로는 목돈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라고 경찰관들도 말했다.

일부러 단속하는 정부 기관도 없다고 했다. 산림청이나 시군청.경찰 등은 인력.예산 부족을 이유로 일부러 산을 순시하지도 않는다는 것. 심지어 신고가 접수되고도 늑장을 부리다 버려진 밀렵 도구나 수거하는 정도의 뒷북치기로 마무리 한다고도 했다.

일부 밀렵꾼이나마 붙잡힐 수 있는 것은 야생동물 보호협회 노력 덕분. 이들은 자체 감시활동과 제보를 통해 현장 정보를 확보하면 경찰과 공조해 밀렵꾼을 추적한다.

그러나 연일 생업을 제쳐두고 사비를 털어가며 나설 입장도 아니어서 이들의 활동에도 한계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답답해 했다. 야생동물 보호협회 경북북부지회 이면진 지회장은 "주무 부처인 산림청이나 시군청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하고, 민간단체 활동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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