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테러 증거 공개 왜 미루나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본격 시작된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전황은 예상대로다. 아프간에 대한 공습은 미국의 계획대로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제는 특수부대 침투용 항공기가 투입돼 2단계 지상작전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전세계 이슬람권의 반미 유혈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 당초 우려했던 서방과 이슬람권의 문명충돌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미국 편에 섰던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 일부 이슬람국가 정부들은 자국 민심의 동향을 살피며 테러응징 연합전선 이탈 움직임마저 나타내고 있다.

공격 개시후 잇따르는 생화학 테러도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흰색의 탄저균 가루에 대한 공포가 전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이같은 추가 보복테러 역시 예상됐던 결과다. 하지만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여전히 미국의 반테러 응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번 테러를 주도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미국이 제시하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권의 반미 기류도 라덴이 범인이라는 확증만 제시하면 어느정도 잠재울수 있는 문제다.

미국은 공격개시와 함께 우리정부에도 라덴이 범인이라는 증거자료들을 보냈다. 외교부는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라덴이 범인이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이어서 미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비전투병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함께 자료를 받은 전세계 어느 국가도 자료를 공개한 사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비공개가 미국의 요청이냐는 질문에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만 밝혔다.

미국이 증거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는 두가지 추리가 가능하다.

외신보도 등을 통해 상황을 종합하면 미국은 라덴이 범인이라는 정황증거는 책이 몇권이나 될 정도로 많지만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다.또 다른 하나는 제보를 했거나 테러조직을 이탈한 정보원의 보호와 함께 구체적 정황이 공개될 경우 응징작전에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원 보호는 핑계일뿐 확실한 증거를 확보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직접 증거가 없어도 정황증거의 신빙성만 인정되면 대부분 국가의 사법부에서는 유죄판결을 내린다. 현상태에서 미국이 믿는 것은 이같은 정황증거들인 것 같다.또 공격을 통해 라덴 또는 그 핵심 조직원들을 잡으면 직접 증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듯 하다. 그러나 그때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너무 늦다는 충고를 하고싶다.

지금 단계에서는 정황증거만이라도 가능한한 많이 또 빨리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테러 전선의 흔들림없는 구심점을 찾기 위해서다.

그같은 정지작업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공격은 이슬람권의 반발강도를 높여 테러응징에 대한 정당성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 반발은 아프간 양민의 희생이 늘어나면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보복테러의 확산조짐에서 보듯 이번 테러의 시련은 미국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미국은 테러 공포에 시달리는 전세계인들에게 증거를 알려줘야 한다. 증거들의 공개를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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