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잦은 학부모 교사 폭행 우려한다

학교 내의 분규와 관련해 결석 처리된 여고생들의 학부모들이 교무실에 몰려가 교감 등 교사 3명을 집단폭행한 사건은 엄청난 교권(敎權) 침해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비리 재단 퇴진을 둘러싼 서울의 한 여상고 학내 분규 과정에서 수업을 거부, 결석 처리된 학생들의 출석 처리를 요구하며 학부모 20여명이 난동을 부려 빚어진 이번 사건은 학생들이 목격하는 가운데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교직에는 '8판'이니 '10판'이니 하는 말이 회자하는 판이다. 수업 시간에 교사의 통제가 불가능한 게 요즘 교실 풍경이며, 학부모들이 학교를 함부로 주무르거나 짓밟고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가 잦은 실정이다. 오죽하면 교장은 죽을 판, 교사는 살얼음판, 학생은 개판, 교실은 난장판, 학부모는 살 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겠는가.

교직 사회가 요즘처럼 크게 흔들린 적은 일찍이 없었다. 먼저 학부모들이 교직에 대한 존엄성을 인정하고 실천해야만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다.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예의와 존경을 표시할 때 학생들도 그 권위를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교육 현장의 황폐화는 날로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직은 동서를 막론하고 성직(聖職)에 비유돼 왔듯이 교사는 인간을 가르치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스승이다. 더구나 교권 존중은 교사를 위한 일만도 아니다. 학교 교육을 이끌어가는 일선 교사들이 권위를 위협 받을 때 수준 높은 교육은 기대할 수 없으며, 교육이 설 땅마저 잃고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이 철저히 파헤쳐져 다시는 이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며, 교권 확립과 교사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냉철한 반성과 대책이 따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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