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아프간 공격-탄저수사 FBI 분석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에까지 침투해 34명을 감염시킨 탄저균은 살상력이 매우 높고 플로리다 사망자 감염균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돼 이번 탄저균 우편물 소동은 조직적인 테러 행위라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범행 조직이나 그 배후세력에 대해선 수사 방향이 엇갈린다.

◇이번 탄저균은 살상무기급=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톰 대슐 상원의원 앞으로 발송된 우편물에서 환기구를 통해 확산된 이번 탄저균에 대해 "균포자들이 공기로 전파될 수 있을 정도로 잘 정제됐고 강력한 것"이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국방문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공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설된 국내보안국 톰 리지 국장은 이날 'NBC 나이틀리 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바이오테러 위협은 이번 주와 앞으로 몇주 동안 초미의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천연두 백신을 확보, 수십년 전 중단된 예방접종을 재개해야 할 정도"라고 밝혔다올림피아 스노 상원의원에 따르면 대슐 의원에게 우송된 탄저균 분말은 아주 잘 정제됐고 순도가 높아 편지를 개봉하면 공기 중으로 최대한 비산(飛散)되도록 만들어졌다. 문제의 우편물에 담긴 탄저균은 우편물 개봉 즉시 봉쇄됐으나 이같은 위력 때문에 의회 직원 34명을 단번에 감염시킬 수 있었다.

◇조직적 테러심증과 배후세력=전문가들은 이번 탄저균 가루의 순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두고볼때 탄저균 공격의 배후에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개인이나 집단의 존재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슐 의원에게 우송된 탄저균 편지는 수기(手記)로 적혀있다는 점과 글 내용도 뉴욕의 톰 브로코 NBC방송 앵커에게 배달된 것과 매우 흡사해 동일 인물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플로리다주 아메리칸미디어 신문사의 '선'지 사진부장 로버트 스티븐슨을 죽게 한 균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은 지금까지 미국내 곳곳에서 발생한 탄저균 우편물 소동이 조직적인 테러행위라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FBI는 플로리다 '선'지와 뉴욕 NBC 방송, 워싱턴 상원의원실 등 3곳에 배달된 탄저 균 우편물이 서로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국내보안국 톰 리지 국장은 16일 "탄저균 테러가 9·11 테러와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과 연결돼 있지 않은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탄저균 테러는 그 위력과 이에 수반된 기술이나 비용을 감안할 때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가 아닌 다른 국가나 자생적 테러집단의 범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정제된 세균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로 러시아, 이라크, 미국, 영국 정도를 꼽았다. 미국의 경우 이미 이 공정을 다룰 수 있는 5명을 조사한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수사당국이 빈 라덴이나 이라크를 이번 탄저균 공격과 연계시킬만한 단서를 발견한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FBI는 9·11 테러 직후 이슬람 근본주의에 공감하는 자생적인 테러집단이 탄저균 테러를 벌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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