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색테러 관민반응

미국 '탄저균 테러' 이후 시멘트·밀가루·석고가루만 보고도 놀라는 과민반응이 우리사회를 흔들고 있다.

테러전문가 및 경찰은 △17일까지 국립보건원에서 '흰색가루 신고' 11건을 조사한 결과 모두 테러와 무관했고 △노출 장소에 탄저균 분말을 살포하려면 본인부터 먼저 감염 된다는 점을 들어 국내의 세균테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연한 불안감과 오인신고의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18일 오전 8시 30분쯤 대구시 중구 대봉동 사대부고 1층 여자화장실에 백색가루가 뿌려져 있다는 이 학교 관계자의 신고에 따라 중부경찰서 타격대와 50사단 화생방부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이 가루는 청소용 세제로 밝혀졌다.

17일 오후 6시30분쯤 대구시 서구 평리동 주택가 골목길에 백색가루 130g가량이 흩어져 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조사한 결과 밀가루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선 낮 12시 20분쯤 대구시 동구 검사동 ㄹ예식장 앞길에서 백색가루가 흩어져 있다는 신고을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가루가 타일용 시멘트인 것으로 밝혀냈다.

경찰은 "근처에 시멘트 포대가 있어 조금만 살펴봤으면 오인신고를 하는 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쯤 대구시 달서구 본동 ㅎ세탁소 상가건물 1층 계단에도 백색가루가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 및 50사단 화학지원중대가 출동,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법석을 떨었다.

이모(29·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는 "미국 테러에 놀란 시민들이 탄저균 테러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사회분위기가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테러전문가 및 경찰은 "테러범들이 우리나라에서 생화학 테러를 벌일 가능성이 희박하며 탄저균을 분말로 만드는 작업도 쉽지 않아 그같은 테러가 발생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윤광규(44) 대테러담당은 "탄저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도록 해서는 곤란하다"며 차분한 대응을 당부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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