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힘든 일 할 사람이 없다"

경북 청도에서 두부공장을 운영하는 안모(63)씨는 올들어서만 6번 구인광고를 냈지만 종업원을 구하지 못했다. 안씨의 두부공장은 모든 공정이 자동화여서 종업원이 할 일은 다 만든 두부를 받아 상자에 담고 차량에 싣는 게 전부. 이 일에 월급여 100만원 과 숙식제공까지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전화 한 통 없다.

안씨는 "외환위기 직후엔 귀찮을 정도로 구직전화가 걸려와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상하게 1~2년새 구직자가 사라졌다"며 "취업난은 광복이후 최악이라는 데 이게 무슨 기이한 현상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는 김모(51.여)씨도 비슷한 사정을 겪고 있다. 한달 90만원의 월급을 내걸고 불판을 닦을 남자 종업원을 구하고 있지만 사람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올들어 생활정보지에 낸 구인광고만도 벌써 스무차례. 그동안 모두 4명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한달을 채우지 못했고 심지어 사흘만에 나간 경우도 있었다.

답답해진 김씨는 한달 월급을 100만원으로 올려봤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대구시내 모든 식당이 마찬가지"라며 "식당 주인들은 장사가 안돼 울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또 운다"고 우울해 했다.

취업난이 외환위기때보다 더 악화, 고학력 실업자들이 거리에 넘치고 있지만 힘든 사업장이나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센 서비스업종은 최악의 구인난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9월 중 취업자는 112만5천명으로 지난해 9월보다 3만3천명(3%)이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광공업이나 제조업 취업자는 57만4천명으로 지난해보다 2천600여명(4.5%)이 줄어들었다.

직업별 취업자도 사무직의 경우 지난해 12만명에서 올해 13만명으로 증가한 반면 단순노무직은 지난해 42만9천명에서 올해 42만1천명(2.1%)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단순노무직의 사업장이 줄었다기 보다는 이러한 직종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취업자수가 감소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구인력은행의 올해 2/4분기 직종별 구직현황에서도 경영.사무.교육직은 지난해 9천410명에서 올해는 8천498명으로 9.8% 소폭 감소한 반면 단순노무직은 지난해 2만1천751명에서 올해는 1만5천799명으로 27.4%나 줄어들었다.

대구인력은행 이신희 운영실장은 "최악의 실업난 속에서 힘든 일은 외면하는 구직자들의 마음자세도 문제지만 노동시장의 상대적 수요는 무시한 채 고급인력만 양성하는 현행 교육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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