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3월4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미국경제는 1929년말 대공황으로 완전붕괴되고 깊은 수렁에 빠진채 나라는 위기에 직면했었다.
수천개의 은행과 기업이 파산하고 수만개의 공장이 문을 닫아 대량해고로 거리는 실직자들로 넘쳤다. 한마디로 비참하고 암담한 상황이었다. 루스벨트는 취임사에서 국민들에게 "모두가 팔을 걷고 나라를 다시 재건하자"며 뉴딜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다음날부터 주요각료들과 100일간 매일 회의를 갖고 은행재건법, 농업조정법안 등 경제살리기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라디오방송을 통한 노변담화형식으로 경제형편과 정부의 계획을 소상히 알리며 협력을 촉구,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결국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앞의 예화에서 알 수 있듯이 위기관리, 국난극복에 성공한 지도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스스로 닦아 축적한 실력과 경륜에다 사심없이 위국위민(爲國爲民)의 자세로 일관된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실천력을 견지하며 늘 국민각계의 의견을 겸손하게 수용하고 특히 유능한 인재들을 공정하게 발탁 기용한 것이다.
김대중(DJ)정부가 출범한지 3년8개월. 5년 임기중 앞으로 1년4개월이 남았다. 당초 국민들이 DJ를 당선시킨 것은 참으로 귀가 번쩍 뜨이는 기막힌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째 오랜 민주화 투쟁과 정치활동 등을 통해 '준비된 후보'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것, 둘째 국민의 소리를 하늘의 소리로 여기겠다는 것, 셋째 임기내 망국적 지역감정을 뿌리뽑겠다는 것, 넷째 국민이 진정으로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부정부패, 특히 권력과 유착된 부패를 뿌리뽑겠다는 것 등이었다.
얼마나 시원하고 반가운 약속인가.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깊은 시름과 불만, 분노속에 살고 있다.
물론 DJ가 취임 전후 각고의 노력으로 외환위기를 해소시키는데 성과를 거둔 것과 작년 평양을 방문,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틀과 분위기를 조성한 것 등은 업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국정운영의 스타일과 방법 등을 생각하면 실망투성이다.
준비가 부실함에도 국민연금 확대, 의약분업 강행으로 많은 부작용과 국민부담을 초래하고, 특히 마구잡이식 교육개혁은 개혁이라기보다 교육체계를 혼란케한 여지가 많다. 다음으로 '민심은 천심'이라는 것은 말 뿐, 고급옷사건 때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교체를 한동안 외면하고 국회서 해임건의안이 결의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을 일주일만에 특보로 임명한 것 등을 비롯한 정부와 청와대의 독주는 국민을 실망시켰다.
임기내 지역감정 해소의 방안이 정부요직에 특정지역 출신의 인사편중이라면 더이상 할말이 없다. 부정부패 척결의 경우 어느 한 정권의 숙제가 아니지만 DJ정부 이래 진승현 이경자사건, 이용호 게이트, 신용보증기금 대출압력사건 등 각종 권력형 비리가 일부는 조폭까지 가세하는 형국에다 학교 지역출신끼리 상부상조하는 식의 양상을 보이고 있음은 실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련의 행태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개혁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피곤함을 넘어 짜증을 느끼게한다. 이른바 국법과 사회기강을 책임지는 검찰의 일부인사들의 실태(失態)로 검찰에 대한 신뢰는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완전히 추락하고 말았다. 정말 이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DJ는 갖가지 국정운영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다음 몇가지를 이행하는게 절실하다.
첫째 새로 개혁이나 사업을 시작하지 말고, 이미 펼친 사업을 최대한 마무리지어야한다. 둘째 '민심은 천심'이란 말을 실천하기위해 모든 것을 혼자서 독점 결정한다는 자세를 바꿔야한다. 독선, 독주, 독단으로는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구할 수 없다. 셋째 임기가 끝날때마다 편중된 인사를 최대한 바로잡아 전국 각지의 인재들이 능력에 따라 기용될 수 있게 해야한다. 넷째 검찰의 진정한 독립 없이는 어떠한 부패척결도 성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조폭 등의 발본색원은 물론 확고한 사회안정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야한다.
끝으로 DJ정부는 현재 의혹을 받는 권력형 비리의 명확한 규명과 척결은 물론 더이상 그같은 부정 재발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DJ에게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