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선 오토바이 안전모를 만드는 업체가 거의 없어요. 사고 났을 때 안전모에 돌아오는 시비에 휘말리기 싫다는 거지요. 기업들이 그만큼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피해 보호제도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구경북지회 남명근 부장은 제조물책임법 시행이 내년 7월로 닥쳤는데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처자세는 너무 안이하다고 걱정했다.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인식조차 덜 돼 있다는 진단이다.
▲"PL이 뭐지?"=2년6개월의 유예과정을 거쳐 내년 7월부터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및 대처는 소홀하다.
중기협이 종사자 5인이상 300인이하 제조업체 271개사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13.7%에 불과하다. 제조물책임법(PL법)에 대한 인지도 역시 22.9%에 그치고 있고, 거래처와 책임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는 업체는 14.4%, PL보험 가입업체는 9.6%에 지나지 않는다.
PL법 시행에 따라 고액의 배상책임 소송이 늘어나면 특히 경영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지불능력 부족으로 도산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기업들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얘기다.
▲남의 일 아니다=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은 PL법 시행을 앞두고 전기밥솥, 선풍기, 가습기 등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해온 소형 가전품 처리에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하자니 PL법에 따른 피해배상책임이 무섭고 판매를 안하자니 종합가전회사라는 체면이 구겨지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은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품질관리가 미흡하다는 게 대기업들의 판단. 그렇지만 PL법이 시행되면 이들 제품으로 인한 피해배상은 브랜드업체가 져야 한다.
최근 차량 급발진 사고에 대해 제조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은 제품 안전사고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PL법이 시행되면 제조회사는 더욱 광범위하게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결함 있으면 책임져야=PL제도란 제조물의 결함에 의해 소비자 또는 제3자의 신체, 재산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가공 또는 판매에 관여한 자가 부담해야 하는 손해배상책임제도.
통상 생산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모든 제품은 적용을 받으며 제조업체의 고의나 과실에 관계없이 책임이 부과된다.
결함에는 설계나 제조가 잘못된 경우는 물론 경고사항을 불합리하게 표시한 경우까지 포함되며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포괄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27개국이 PL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선 2000년 '제조물책임법'이 공포돼 내년 7월1일부터 시행하게 된다.
▲각종 지원책 마련돼 있어=중소기업청은 PL시스템을 위한 시설 보완및 도입, 컨설팅사업에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중기청, 중기협, 손해보험사 등은 PL단체보험을 개발, 시판중이다. 중기협을 통해 가입하면 일반 PL보험에 비해 30%정도의 할인혜택을 받는다.중소기업진흥공단은 PL진단 및 지도프로그램을 설치, 민간 컨설팅사의 55% 수준인 월 2천500만원 정도에 컨설팅해준다.
중기청은 제품의 결함측정 등 안전성 시험 및 검사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있다.
중진공, 표준협회, 품질재단인증센터, PL센터 등은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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