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의혹만으론 수사 안하겠다니

신승남 검찰총장이 최근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각종 특혜의혹사건과 관련, "막연한 의혹이나 유언비어를 가지고는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이나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면책특권도 내재된 한계가 있다"는 발언은 과연 이 민감한 시기에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말인지 의문스럽다.

물론 신 총장이 이같은 발언을 하게된 배경을 우리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각종 의혹은 쏟아지고 있으나 정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은 없고 정치권에서 의혹이나 개연성만을 갖고 검찰이 축소수사나 은폐를 하고 있다고 몰아붙이고 있으니 검찰총수로서 일선수사검사들의 고충을 대변했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실제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 대검중수부 김준호 3과장 등 검사 3명이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를 상대로 총6억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도 수사검사의 입장에선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억울함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일선검사들의 고충을 검찰총장이 외면할 수 없기에 '의혹수사 불가'의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검찰수사는 하잘것 없는 첩보단계에서 출발하고 그게 의외로 대형사건으로 이어진다는 건 검찰도 익히 알고 있는 수사의 기본이다. 또 때에 따라선 검사의 막연한 의심이 내사단계를 거치다보면 범죄의 실체로 드러나는 게 수사의 생리다.그래서 수사는 첩보나 정보가 더없이 중요한건 말할 나위조차 없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국회의원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검찰로서는 오히려 더없는 호재이지 그게 '귀찮은 악재'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검찰총장의 '막연한 의혹수사 불가'발언은 듣기에따라 검찰권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도 들릴 수 있다. 검찰이 상당한 근거가 있는 의혹사건, 그것도 국민의 대표가 제보에 의해 폭로하는 의혹사건을 수사하지 않겠다는건 스스로 검찰이기를 포기하겠다는 극단적인 해석도 가능한 발언이다. 옷로비나 파업유도 사건도 의혹에서 출발했고 이용호게이트의 재수사나 국정원간부의 구속도 따지고보면 언론의 의혹제기에서 비롯돼 '결실'을 거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 총장의 발언은 신중치 못했을뿐 아니라 여권을 의식한 발언이란 오해까지 살만하다는 점을 특히 유념해주길 바란다. 더욱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법으로 보장된 것이다. 이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건 월권 시비를 부를 소지가 크다. 문제가 되면 국회 차원에서 거론할 일이지 수사주체인 검찰총장이 나설 계제가 아닌데다 자칫 입법부에 대한 '간섭이상'으로 들릴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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