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뜨고 있다. 한국영화 점유율 40%시대. 이제 영화계는 스크린 쿼터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지경이 됐다.
그럼에도 이같은 한국 영화 붐이 실체는 있는 것일까. 최근 개봉 5일만인 10월 2일 전국 100만명을 돌파하며 '친구'와 '엽기적인 그녀'가 보유했던 최단기간 전국 100만 동원 기록을 하루 앞당긴 '조폭 마누라'의 흥행이 묻고 있는 질문이다.
사실 '조폭 마누라'가 이같은 폭발력을 보이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반면 완성도면에서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같은 날 개봉한 '봄날은 간다'는 6일간 서울 19만7천900명, 전국 41만6천명을 동원하며 '조폭 마누라'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장기적 흥행결과는 아직 지켜볼 일이지만 확실히 '조폭 마누라'의 성공은 영화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며 99년 '쉬리'이후 급상승중인 한국영화 붐을 냉철히 되새김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사실 많은 이들이 '친구',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등으로 이어지는 올해 흥행작의 흐름에 대해 "한결같이 깡패영화들이 판을 친다"고 자조한다.
이같은 흐름이 결국 한국영화가 제대로 틀을 잡아나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완성도가 떨어져도 기획아이디어 하나로 승부수를 던지는 영화가 판치기 시작하면 작품의 완성도 경쟁하던 게임의 법칙이 무너지고 투자, 제작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손쉽고 가볍고 돈 적게 들이는'영화위주로 흐른다면 모처럼 붐을 타기 시작한 한국영화가 내실없이 또 다시 신기루처럼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우려란 반론도 만만찮다. 지역 극장가 한 관계자는 "미국의 갱스터 영화, 일본의 야쿠자 영화처럼 따지고 보면 깡패영화는 늘상 흥행작을 양산한 장르였다"고 밝힌다. 90년대 '장군의 아들', 조양은이 주연한 '보스' 등을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산영화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라고 말한다. '쉬리', 지난해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봄날은 간다', '고양이를 부탁해' 등 올 최근작만 봐도 한국영화가 완성도면에서 고공비행중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아직은 한국영화의 실체가 어느 선상에 걸쳐 있는지를 가늠키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서 영화계 인사를 비롯,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