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린이 놀이터

내가 어릴 적에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별로 없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 같은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요즘은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어린이들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면 상당히 오랫동안 엄마 품속에서 자란다. 거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엄마 품속이 유일한 놀이터였다. 거기서 조금 옮겨지면 할머니 무릎이고, 좀더 옮겨지면 마당이요 골목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발전되었다는 곳이 놀이시설도 없는 공터였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시냇가에서 피라미와 송사리를 잡고 멱감으면서 놀았고, 겨울철이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낭만이었다그런데 마을이 차츰 도시화되고 세상이 급변하면서 어린이들은 만화방으로 모여들었다. 거기서 다시 비디오방으로 발전되었고, 다시 전자오락실로 뛰어들었다. 요즘은 거기서 다시 컴퓨터 오락실로 옮겨갔고, 다시 가요방으로, 전화방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가정에 모이면 이젠 포커판까지 벌리면서 돈놀이(?)를 하고 있다. 자연에서 인공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처럼 달라져 온 어린이들의 놀이터를 되돌아보면서 세상은 많이도 발전했다고 해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해야 할지…. 천진난만의 대명사가 어린이였던 상징적 표현이 이젠 흘러가는 세월 속에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나라의 청소년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는데, 어찌 부정적인 사례가 자주 보이는지 마음이 아프다.

이젠 동화책 속에서 조차도 어린이 천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천사도 타락하는가!이 모든 책임은 어른들의 몫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천사들이 평화스럽게 놀 수 있는 '꿈의 동산'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동문학가.대구지산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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