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예약하려던 삼성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삼성은 22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마운드 난조와 곰의 뚝심에 덜미를 잡혀 5대9로 패했다. 양팀은 1승1패씩 장군멍군을 주고받으며 힘겨루기를 24일 잠실 3차전으로 돌렸다.
2차전 승부를 가른 것은 삼성 마운드의 부진과 두산 중심타선의 불방망이. 삼성 선발 임창용은 평소보다 못한 구위로 4실점(자책)하고 5회에 강판됐고 이어 나온 배영수, 김현욱, 김진웅도 두산의 방망이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두산은 장원진, 우즈, 김동주가 각각 3안타씩 기록하는 등 중심타자들이 맹타를 휘둘러 좌초하던 팀분위기를 살렸다.
이날 경기흐름은 두산이 주도권을 쥐고 삼성이 추격하는 양상. 2회 3안타를 맞고 2실점한 삼성은 4회 마르티네스의 적시타로 1점을 뽑았으나 5회 2사 2,3루에서 임창용을 구원한 배영수가 2루타를 맞고 2실점, 1대4로 리드를 당했다.
5회까지 3안타에 그치며 실마리를 풀지 못하던 삼성은 6회 이승엽의 우월 1점홈런으로 분위기를 돋운 뒤 김동수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 4대4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삼성은 7회부터 불붙은 두산의 반격에 맥이 풀어지고 말았다. 7회 두산 장원진과 우즈에게 연속 안타로 1사 2,3루의 위기를 맞은 삼성은 김진웅을 투입, 불을 끄려 했으나 심재학의 내야땅볼과 김동주의 적시타로 2실점하고 8회에는 장원진에게 우월 3점홈런을 맞아 추격의지를 잃고 말았다.
이춘수기자
◇한국시리즈 2차전 전적
두산 020 020 230 - 9
삼성 000 103 001 - 5
△삼성투수=임창용, 배영수(5회), 김현욱(6회·패), 김진웅(7회), 박동희(8회) △두산투수=구자운, 박명환(6회), 이혜천(7회·승), 진필중(8회) △홈런=이승엽(6회1점)·김동수(9회1점·이상 삼성), 장원진(8회3점·두산)
▲삼성 김응용 감독= 선수들은 잘 했는데 감독이 작전을 제대로 못해 졌다. 우리 선수들이 스트라이크 보다는 볼에 너무 많이 손을 댔고 20일만의 야간경기에 대비를 충실히 못한 것이 패인이다. 갈베스와 임창용은 한번씩 던져 봤으니까 앞으로 좋아 질 것이다. 선수기용은 상황에 따라 변할 것이다.
▲두산 김인식 감독= 비 때문에 하루를 더 쉰게 많은 도움이 됐다. 삼성투수들의 투구패턴이 정규리그와 같아 노려서 친 것이 주효했다. 김동주가 살아났고 심재학만 회복된다면 베스트 전력이어서 남은 경기에서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3차전 선발은 조계현, 박명환, 최용호중 한명중에 택하겠다.
삼성 김응룡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 후 『선수들은 잘 했는데 감독이 제대로 못했다』며 애써 여유를 부렸다. 그러나 홈 2연승으로 2001 한국시리즈 우승을 굳히려던 삼성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져 잠실경기에서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
▨1,2차전에서 드러난 삼성의 문제는
◇마운드, 예상외 부진
막상 한국시리즈 뚜껑을 열고 보니 삼성 마운드가 의외로 허약했다. 갈베스, 임창용이 3승은 올려 주어야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낄 수 있는 삼성은 두 선발의 구위가 뚝 떨어져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갈베스는 체력부담으로 60개 이상 던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중간 김현욱과 마무리 김진웅도 1,2차전에서 타자를 압도하는 볼은 온데간데 없고 두산 타자들에게 자신감만 심어주었다. 마운드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3차전에서도 두산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김감독은 『코치들과 상의해서 3차전 선발은 물론 투수기용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볼배합이 읽힌다.
두산 김인식 감독은 경기후 『삼성투수들의 볼배합이 시즌 중과 꼭 같은 패턴이이어서 두산 타자들이 노려쳤다』고 말했다. 삼성투수들이 승부처에서 상대 타자와의 수읽기에서 밀리며 실점으로 연결된 것이다.
따라서 삼성은 두산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투구패턴과 약점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나」와 「적」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
김응룡 감독은 야간경기 적응에 실패한 것을 2차전 패인으로 분석했다. 삼성타자들이 20여일만의 야간경기여서 볼에 방망이가 많이 나갔다는 것. 원정인 잠실 3,4,5차전도 야간경기여서 「밤의 야구」에 대한 삼성의 적응이 과제로 떠올랐다.
1차전에서 두산 정수근은 5회 삼성 전병호에게 보내기번트에 실패한 후 투스트라이크에서 2루타를 쳤다. 김인식 감독은 쓰리번트를 하지 않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전진수비를 했고 볼배합도 안이했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구자운을 공략하라
두산의 보루 구자운을 공략하지 못하고는 삼성이 정상에 오를 수 없다. 구자운은 부상으로 시즌 막판에 합류했다. 따라서 체력소모가 많도록 초반에 많이 던지게 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종속이 좋은 구자운의 공을 쳐내기 위해서는 배트스피드를 더 빠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구자운의 공이 생각보다 빨라서 스트라이크로 보이는 공은 볼이 많으므로 스트라이크존을 낮게 잡아가면 볼에 손이 나가지 않고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경기초.중반에 승부를 결정지어라
1,2차전을 통해 본 양팀 마운드의 중간, 마무리는 미세하지만 두산의 우위였다. 1,2차전 모두 중.후반에 승부가 갈렸다. 아직 삼성 중간, 마무리투수들의 구위가 본궤도에 오르지 않아 전력차를 논하기 이르지만 삼성이 이기기 위해서는 초.중반에 두산 마운드를 두들겨 승부를 결정짓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다리고, 생각하는 야구를 하라
위기상황에 몰린 투수는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1,2차전 모두 양팀 투수들은 위기에서 실투를 했다. 1차전에서 삼성 전병호, 두산 이경필, 2차전에서 배영수, 김진웅이 실투로 얻으맞으면서 경기흐름이 뒤바꼈다. 타자들은 서두르지 말고 노려치는 느긋함이 필요하다.
이춘수기자zapper@imaeil.com
한국시리즈 2차전은 삼성마운드가 난조를 보이면서 1차전과는 정반대의 양상이 빚어졌다. 삼성 임창용과 두산 구자운의 선발싸움에서 임창용이 앞서리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공의 위력에서 구자운이 앞섰다.
21일 경기에 촛점을 맞춰 페이스를 조절해온 임창용은 비 때문에 하루를 쉰게 오히려 리듬을 깨뜨린 결과를 가져왔다. 임창용은 컨디션이 좋은 때 보이는 빠르고도 홈플레이트에서 꿈틀대는 듯한 공을 뿌리지 못하면서 매회 주자를 내보내고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볼에 자신이 없어 공격적인 피칭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김응룡 감독은 5회 임창용이 연속 내야안타를 맞자 배영수를 조기에 투입했고 이후 경기상황이 급변하면서 연쇄적인 투수교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론이지만 6,7회까지는 소화할 수 있는 임창용을 빨리 교체한 것이 전체 투수로테이션을 흐트러뜨려 남은 경기에서도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이는 남은 경기에서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반면 두산 구자운은 비로 하루를 더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 제구력이 좋았고 볼의 종속이 빨랐다. 특히 슬라이더는 삼성 타자들이 종략하기 어려운 공이었다. 삼성은 선발로 2경기에 더 나올 구자운에 대한 공략법연구가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승규(야구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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