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사석(捨石)이라는 말이 있다. '버리는 돌'이라는 뜻이다. 자기 돌을 몇 개 버림으로써 보다 큰 이득을 취하거나 대세의 주도권을 잡는 게 바로 사석작전이다. 고수들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돌을 버릴 수 있을까 생각한다. 허나, 하수들은 자신의 돌은 한 마리도 죽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다가 대마를 죽이기 일쑤이거나 대세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만다.
집안에 쓰지 않는 묵은 살림이 많으면 집안의 기(氣)가 빠진다고 했다. 입지 않는 옷가지나 쓰지 않는 살림도구들을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하고 쳐박아 두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용감히 그것들을 버리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개운해 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도 말이다.
광고전략이라는 것도 그렇다. 욕심 많은 광고주는 요구사항이 엄청 많다. 20초짜리 CF 하나에 자기 제품이 가진 장점들을 모조리 집어넣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전략이고 뭐고 없다. 그냥 바쁘게 이것저것 주절대는 광고가 탄생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봐도 뭐가 뭔지 모르는 그런 광고.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광고 아이디어라도, 그 광고목표와 목표시장에 대한 광고전략에 부합되지 않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좋고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억지로 집착해서 광고를 만들다 보면 기형적인 광고가 되고 만다. 기발하기는 하되, 무슨 광고인지도 모르는 그런 광고. 대개의 인간은 참 버리지 못하는 천성을 타고난 지도 모른다.
아마 국가정책 같은 것도 결국 그럴 것이다. 사회적, 시대적 환경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이상적인 정책이라 해도 쓸모없거나 오히려 해악만 끼치는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 입안자나 책임자는 자신들의 정책에 집착한다. 차마 버리지 못하고 서둘러 시행하려다가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과 마찰을 일으켜 여러 사람을 피곤케 하고 결국은 해결할 수 없을 지경의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봐도 의약분업이라는 게 그런 경우의 하나같다. 아직도 그 부작용은 독버섯처럼 번식하고 있다.
그 광고나 그 정책이나 이미 망해 버린 하수의 바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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