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아프간 공격-내달 중순 분수령

'라마단'(이슬람 금식기도기간)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종료 시점이 될 수 있을까.

언론과 일부 이슬람 국가들은 라마단 기간까지 대(對) 아프간 공격이 계속되면 △이슬람권의 격한 반발 △수 많은 난민 발생 등으로 라마단 기간 이전에 공격이 중단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이 라마단 기간내 공습 강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충실한 동맹국 역할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라마단이 가까워질수록 미국에 대해 라마단 전에 아프간 군사 작전을 끝내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편 영국 BBC 방송의 온라인 뉴스는 21일 "라마단이 대(對) 아프간 군사작전의 종료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회견에서 "다음 달 중순 시작되는 라마단까지 미국의 군사공격이 계속된다면 이슬람권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그 이전에 공격이 끝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라마단 때문에 자국의 목표가 수정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나 지난 주 한 관리는 미국이 "모든 선택 방안을 미결정 상태로 놓아 두겠다"고 말해 라마단기간까지 공격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하산 위라유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장관 회의가 끝난 뒤 "아프간의 군사 충돌이 길어지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교도가 많은 나라에서는 국가 안정이 파괴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마단은 다음달 17일부터 한달간 계속되며 이슬람 신도들은 이기간에 일출부터 일몰시까지 음식은 물론 물 한 모금도 먹지 않은 채 금식한다. 이슬람의 성월(聖月)인 라마단은 10억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이슬람 교도들이 자아 정체성을 굳건하게 하는 계기로 이같은 종교적 열정은 근본주의 세력과 호전파에 의해 폭력성 강화에 악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의 동맹군이 라마단 기간에도 아프간에서 전쟁을 계속하면 '십자군 및 유대인들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는 오사마 빈 라덴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 군사작전이 내년 봄까지 지속되면 수없이 발생하는 난민으로 아프간은 인도적 재난을 겪게돼 미국으로서는 이에 대한 책임부담을 떠안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2일 무샤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답변 격으로 "여러 나라의 견해와 관심을 매우 존중하고 있다"며 "이 세계에 테러 위협이 여전하며 우리가 이 문제를 빨리 처리할수록 추가 테러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해 라마단 기간에도 공격을 강행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