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전제품.자가용 큰게 좋아

지난 14일 결혼한 정모(29.대구시 북구 복현동)씨 부부는 혼수품으로 780ℓ짜리 대형냉장고, 43인치 프로젝션TV를 할부로 구입했다. 정씨는 "어차피 구입하는 건데 큰 것이 좋다는 주위 얘기를 듣고 '초대형'으로 골랐다"며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걸 보고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큰 것을 무조건 선호하는 '대형 신드롬'이 자가용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번지고 있다.

대구시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이후 98년 7.14%이던 경차(800cc미만) 비율이 지난해 9.06%까지 증가했으나 올 9월말 현재는 8.95%로 떨어졌다.

반면 대형승용차(2천500cc이상)는 98년 2.9%, 99년 3.3%, 지난해 3.8%에서 올들어 9월말 현재는 4.2%로 증가일로다.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는 "경차비율이 18%인 일본, 30%대인 이탈리아 등 선진국과는 대조적으로, 승용차를 신분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인식때문에 경차 비율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가전제품의 대형 선호는 더욱 만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마트 한 대리점의 경우 대형냉장고(600ℓ 이상) 매출액이 전체 냉장고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43인치 대형TV는 한달 평균 10여대, 29인치 TV는 40여대씩 팔려 나가고 있다.

대리점 관계자는 "신혼부부들도 100만원이 넘는 양문 냉장고와 수백만원짜리 대형TV를 선호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작고 저렴한 제품의 매출액은 점점 떨어진다"고 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박승위 교수는 "겉치레와 체면만을 중시해 거창하고 큰 것만 추구하는 가치관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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